시인 윤동주(尹東柱)는 '또 다른 고향'에서 고향에 돌아온 심회를 이렇게 읊었다.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어둠, 바람, 백골, 눈물, 혼으로 이어지는 시를 따라가다 보면 윤동주의 '고향'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시인 심연수(沈蓮洙)의 '고향'은 좀 다르다. "나의 고향 앞 호수에/ 외쪽 널다리/ 혼자서 건너기는/ 너무 외로워/ 님하고 달밤이면/ 건너려 하오/ 나의 고향 뒷산에/ 묵은 솔밭 길/ 단 혼자서 오르기는/ 너무 힘들어/ 님 앞선 발자국 따라/ 함께 오르리오." 그는 고향 강릉을 그리며 외로움과 힘듦을 노래하고 있다. 처절하진 않지만 심연수의 고향엔 달과 솔밭길이 있다.

다시, 시인 윤동주는 '소년'을 이렇게 읊었다.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이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골-" 시인 심연수는 '소년아 봄은 오려나'에서 "봄은 가까이 왔다/ 말랐던 풀에 새움이 돋으리니/ 너의 조상은 농부였다/ 너의 아버지도 농부였다/ 전지(田地)는 남의 것이 되었으나/…/ 겨울은 가고야 만다."고 외친다. 심연수의 소년은 윤동주의 소년에 비해 보다 의지적이고 보다 희망적이다.

윤동주와 심연수, 이 두 시인은 모두 저항시인이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소년 같은 순수한 심정으로 빼앗긴 조국을 슬퍼하며 맑고 깨끗하게, 몸 떨림으로, 처연하게 식민지 현실에 몸부림쳤다. 이제 비로소 시인 심연수가 고향에서 햇빛을 보게 된다. 8·15가 내일이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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