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말(言)은 내면의 거울이요, 인품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그 사람의 언품이 곧 인품이라는 말이다. 품격의 품(品)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품(品)이 되듯 좋게 말하는 성품이 쌓이고 쌓여야 품격을 갖출 수 있다. 불가에서는 ‘사람은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성경 잠언에도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으니 혀를 잘 쓰는 사람은 그 열매를 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따뜻한 말은 사용하고 가시 돋친 말은 마음을 상하게 하니 쓰지 말 것을 권하는 귀절이다.

최근 신경의학계에서는 뇌 속의 언어중추신경이 모든 신경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언어가 인간의 행동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의 베르니케 영역은 언어의 이해, 브로카 영역은 언어의 발화를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랜 수양과 교양을 쌓은 사람은 이 두 부분 즉,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영역이 전두엽과 유기적으로 교류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본능과 감정의 뇌인 가장자리계의 지배를 받기 쉽다. 대체로 열등감이 잠재의식 속에 깔린 사람이 부정적으로 말하고 남을 쉽게 비난하는 이유도 여기에 근거한다. 자신의 무의식에 깔린 열등한 부분을 남에게 투사한다는 것, 즉 남을 향한 욕은 남이 아닌 바로 자신과 관계가 있다고 정신분석학은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남에게 손가락질을 할 때 세 손가락은 자신을 향한다’는 격언은 꽤 일리가 있다.

우리의 정치문화가 욕설에 점령된 지는 이미 오래다. 오죽하면 국회는 막말과 독설의 경연장이란 말이 나왔을까. 마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야 말을 신중하게 하고 그런 말이라야 설득력이 있는 것이니, 언어가 병들면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질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한쪽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큰 소통구조는 토론하고 합의되는 민주적 담론의 형성과정마저 비정상적으로 만들어버리기 십상이다. 김용민의 막말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자들이라면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언품(言品)을 늘 갈망한다. 정제된 사고와 언행이야말로 모든 정치적 행위의 으뜸이 되는 까닭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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