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8년 베링해를 발견한 사람은 러시아의 S. I. 주뇨네프였으나, 이 바다의 이름은 러시아의 탐험가 V. J. 베링을 딴 것이다. 그는 1728년 이 바다를 항해해 베링 해협의 남쪽 입구에서 눈으로 덮여있던 에스키모 촌락 세인트로렌스섬을 발견했다. 해양자원의 보고라면 모를까, 지구 머리끝에 달라붙어 있는 이 작은 바다를 별 볼 릴 없게 보기 쉽다. 극동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동서 실크로드'의 중심이 그 바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동단 데지네프곶(串)과 북아메리카 서단 프린스오브웨일스곶 사이의 너비 88㎞, 깊이 50m의 베링해협도 동서를 잇는 최단거리 열쇠를 가지고 있다.

1917년 극동에서 이 해협을 빠져나가 유럽으로 가는 북극해항로(NSR)가 개발됐다. 도쿄(東京)에서 함부르크까지 1만600㎞.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1만8천300㎞보다 40%가 단축된 거리다. 오는 18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옛 소련이 봉쇄했던 이 항로를 재개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 항로가 실현되면 시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남아 해역의 해적을 피할 수 있어 극동 국적 선사(船社)들이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때맞춰 베링해협 해저터널 철도 건설 프로젝트 논의가 재개되고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의 신설철도를 서쪽으로 1200㎞, 바이칼·아무르 철도를 동쪽으로 3천200㎞를 연장해 이 해협에서 해저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태평양 횡단하는 것보다 2주가 단축되고 연간 수송량은 300억t으로 늘어난다는 계산에 따라 또 한번 지구역사가 쓰여지는 찰나이다. '지리는 역사를 그려 넣는 화판(畵板)'이란 말이 실감난다. 이 답답한 세상에 우리도 북쪽으로 관심을 가져 봄이 어떨까. 그 바다가 동해와 연결될 뿐 아니라, 곧 시베리아철도와 한반도철도가 연결되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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