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 태풍 파북(PABUK)은 영향권이 반경 580㎞나 되는 대형이지만, '파북(派北)'을 연상시키는 어감까지도 그 긴장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파북'은 메콩강에 서식하는 물고기 이름. 태풍의 아시아 이름을 지을 때 라오스는 바비큐도 해먹고 포도 떠서 먹는 '국민 물고기'이름을 내놓았었다. 메콩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중국윈난성과 미얀마를 지나 태국과 라오스를 가르고, 캄보디아를 관통한 뒤 베트남 메콩델타에서 중국해로 흘러들기까지 4천500km를 흐른다. 이 강이 '1억 명의 젖줄' '모든 강의 어머니' 등으로 불릴만한 이유가 있다. 상류 가파른 석회암층에서 하류 델타까지 이 강가 사람들은 연간 130만t의 물고기를 잡는다. 세계 최대 어장 북해(北海) 어획고의 4배나 된다. 물고기는 곧 메콩강 수천만 주민의 생계인 것이다. 그러나 이젠 말처럼 그렇지 못하다. 거기서도 댐이 문제다. 중국은 이미 만완 댐을 건설했으며, 2년 후엔 다차오산 댐과 징훙 댐이 완공된다. 12개의 댐은 계획 단계다. 메콩강 하류 지류의 35%를 가지고 있는 라오스는 더 적극적이다. '인도차이나의 배터리'라는 원대한 꿈으로 이미 4개 댐을 건설했으며 10년 내 23개를 더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벌써 그 댐들이 물고기의 이동을 막고 수위와 수질을 바꿨으며, 계절적 조수간만 현상을 사라지게 해 어류번식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메콩의 대명사이던 강거두고래와 큰바다동자개는 멸종단계이며, 팍문 댐 부근은 265종의 어류가 96종으로 줄어들었으며 어획고는 80%나 급락했다. 수많은 소수민족들도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위대한 메콩'으로 태어나면서 그 대가로 자연과 사람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메콩강의 물고기 '파북'이 화풀이하듯, 시위하듯 일본열도를 짓밟고 지나가고 있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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