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 언론인 '베리언 프라이'는 '미술계의 쉰들러 리스트'에 비유되는 인도주의 행적을 남겼다. 1940년 프라이는 프랑스로 건너와 나치정권의 위협을 받던 지식인 1천500명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리고 그들을 해외 피신시켰다. 1941년 도미, 2차 대전을 미국에서 보낸 유대계 화가 마르크 샤갈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뉴욕 맨해튼의 유대 박물관은 약 100만 달러 가치가 있는 샤갈의 유화 한 점을 소장하고 있다가 몇 달 전 도난 당했다. 박물관측에 모처에서 편지 한 장이 날아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에 평화가 이뤄지면 그 작품은 반환될 것"라는 내용이다. 당장 돈 아닌 정치적 요구가 등장한 반환조건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도 작품 반환 관련 화제 하나를 빚어냈다. 그리스가 보물급 수백 점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대영박물관에 소장 중인 엘긴 마블스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까지만 돌려달라고 영국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그 작품은 1801년 오스만제국 당시 영국 대사 엘긴 경이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 내 반출한 신전 외벽 조각과 조상들.

이 사건은 수탈 수법이나 반환협상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서고에 있는 외규장각(外奎章閣) 도서와 너무 같아 우리나라에서 화제다. 외규장각 도서는 1866년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 극동함대의 로즈 제독이 왕실 전적(典籍)사고(史庫)에서 가져갔고, 임시 반환 조건으로 다른 문화재를 임대하는 '등가(等價)교환'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교훈 하나를 얻고 있다. 세 가지 모두 도둑질 당했다는 것은 같다. 그러나 개인 도둑질에 비해 '국가 도둑질'이 엄청 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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