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려 하니 벌써 가을 얘기, 추석 얘기가 들려온다. 강릉에선 이번 추석에 '경포달맞이축제'를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경포대에 전해 오는 다섯 개의 달, 즉 '하늘에 뜬 달', '바다에 비친 달', '호수에 잠긴 달', '술잔에 빠진 달', '님의 눈동자에 걸린 달' 등을 처음 연출하여 흥미를 한층 높일 계획이란다. 오래 된 '경포의 달'을 어떻게 구현할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서양에서의 달은 여성명사다. 그래서 소설 제목을 붙여도 '뜨거운 달'이라 하여 남성을 도발하게 하는 데 이용되곤 한다. 혹은 서양에선 달을 소유하려 들지 않았던가. 1969년 인간의 최초 달 착륙 장면이 생중계됐을 때만 해도 그러지 않았으나, 몇 년 전에 달의 극지방에서 물의 흔적이 발견되자 달의 소유권 문제가 국제사회에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미 지난 67년에 달이 전 인류에 속한다는 내용을 규제한 '외계조약'에 모든 국가가 동의했기 때문에 달의 소유권은 법률적으로 전 인류에 속한다.

그러므로 다만 달의 이미지를 내것으로 할 일이다. 화가 신윤복이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에서 남녀가 밀회하는 장면을 그려 놓고 화제(畵題)를 이렇게 써 넣었듯이. "달도 기운 야삼경/ 두 사람 속은 두 사람만 알지(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임진란 때 정승을 지낸 김명원이 이와 비슷한 시를 지었다. "창 밖은 야삼경 보슬비 내리는데/ 두 사람 속은 두 사람만 알리/ 나눈 정 미흡해서 날이 먼저 새려 하니/ 나삼(羅衫)자락 부여잡고 뒷 기약만 묻네."

우리는 달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신윤복이나 김명원처럼 화제 또는 시제(詩題)로 삼거나 강릉 '경포의 달'처럼 정서화했다. 올 가을엔 달빛 몽롱한 야삼경에 임과 함께 누대에 올라 술잔을 나누는 정경을 상상하며 강릉 경포대를 찾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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