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 양이 차에 치여 죽으면 기사거리가 되지만 야생동물은 그렇지 않다. 꿩이 자동차가 다니도록 양보하는 것을 배우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월든을 쓴 소로우는 그 시대에 이미 그렇게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생동물을 대부분 먹이를 찾아 무작정 배회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생태학자들은 분명히 목적이 있는 계획이동이라고 밝히고 있다.

생활권의 이동이거나 분가(animal disposal), 이주(migration) 그리고 무작위적 배회(nomadic movement)라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식생대(植生帶)를 통로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 통로는 짧고 직선일수록 선호한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백두대간의 단절된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잇기 위해 한계령에 생태통로(Eco-Bridge)를 설치할 계획이다. 구룡령에 이어 두 번째 통로이며, 2003년까지 총 13곳에 이같이 백두대간 동물 이동통로 잇기 사업이 벌어질 모양이다. 차제에 백두대간 DMZ에 생태통로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해 보면 어떨까.

경의선 복원과 함께 민통선과 DMZ에 총 38개의 생태교량 등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설치되고 있다. 그러나 민통선과 DMZ의 종단통로일 뿐, 야생동물이 남북을 오갈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종(種)의 이동을 위한 '유럽생물네트워크(EECONET)'가 선언됐으며, 후속조치로 EU의 'Natura 2000', 독일의 '전유럽 보호지역 네트워크' 등이 발효되고 있다. '유럽은 하나'라는 이상이 바로 이같은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우리도 '남북은 하나'라는 상징으로 DMZ 생태통로 하나쯤 만들자는 제안이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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