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불국사 석가탑 해체 공사 중 2층 탑신을 해체하자 폭 41cm, 깊이 18cm의 네모 반듯한 사리공엔 녹슨 금동 사리함이 안치돼 있었고, 목재 소탑, 동경, 비단, 향목, 구슬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다라니경은 비단보에 싸여 있었다. 폭 6.7cm, 길이 6m가 넘는 닥종이 두루마리였다. 지금 국보 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으로 지정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세계최고 인쇄물은 770년에 새겼다는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 간행연도가 기록된 세계최고는 중국 돈황에서 발견돼 대영박물관에 가있는 868년에 찍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이다. 무구정광다라니경은 당나라 스님 미타산에 의해 한역(漢譯)되어 704년 신라에 전래됐다. 그리고 751년 석가탑이 건립됐다. 세계 최고 기록은 바뀐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 닥종이 두루마리가 1천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말짱하다는 것이다.

그 우수한 제지 기술의 예술적 승화를 시도하고 있는 '한지(韓紙)작가' 함섭(咸燮)의‘종이의 혁명전’이 7일부터 서울서 열린다. 3년 전 미국서 한지작품을 선보였다가 '매진(Sold Out)' 기록을 세웠던 그는 이번에도 치자, 갈색, 쪽빛 염색한지의 조화로 벌써부터 화제다. 그런데도 "닥종이를 손으로 뜯어 붙여 어렸을 적 바라본 마음 편한 농촌을 표현했다"는 춘천사람 그의 말은 한지처럼 소박하다.

뒤쫓아 12일부터 열리는 '원주한지문화축제' 소식이 전해졌다. '문에 바르면 창호지, 고서의 영인(影印)에 쓰이면 복사지, 사군자나 화조(花鳥)를 치면 화선지(畵宣紙), 연하장으로 쓰면 태지(苔紙)', 미처 잊고 있던 그 닥종이 참 멋을 한껏 내 보이겠다는 것이다. 꽃잎 따다 문창호지에 붙이던, 정말 '어렸을 적 바라본 마음 편한'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가을인가 보다.


咸光福 논설위원hamlit@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