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는 공전법, 화석강 등 과도한 세금을 반대하여 일어난 민중들의 반란을 주내용으로 하는 소설이다. 이처럼 역사에서 가렴주구의 예를 찾으려면 별로 어렵지 않다. 구한 말에 장지연(張志淵) 선생은 세금이 오르자 이런 시를 짓는다. "주세가 오르니 술값도 오르리라/ 이제는 행화촌의 봄술도 적어지리/ 저 유령(劉伶)과 원적(院籍)도 흥미를 잃고/ 쓸쓸한 가을밤에 이소경(離騷經)이나 읽을 수밖에."

염철회의, 소금 전매, 왕안석의 '신법(新法)' 등 동양에서 과도한 세금을 거둔 경우는 부지기수다. 이런 예는 또 어떠한가. 아인슈타인이 소득세 신고서를 작성하다 말고 푸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골치 아프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소득세 신고다." 머리 좋은 아인슈타인이 이렇게 두통을 느낄 정도였으니 세금이란 어지간히 복잡한 게 분명하다.

먼 곳에서 세금 이야기를 찾을 필요 없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재이손산업' 이영수 사장이 세금을 과다 징수당했다 생각하여 신문에 조세저항 광고를 냈다. "국세청이 징세 편의주의에 집착해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국세청이 즉각 "억울하다"며 반론을 폈지만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이유는 지난 93년에 국세청장이 세금을 잘 냈다 하여 표창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모범 납세자가 바로 이영수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과도한 세금은 모범 납세자뿐 아니라 모든 납세자를 괴롭힌다.

그러나 이런 일도 있었다. 오스만 투르크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오르한이 군사정권에 의해 추방된 지 70 년만에 귀국하자 국민들이 조국에서 함께 살 것을 요청했으나 황태자는 말한다. "세금 한 푼 낸 적이 없는 사람이 어찌 이 땅에 살 자격이 있단 말이오." 감동적이다. 며칠 전에 정부가 감세를 결정했다. 경제 침체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어 세금을 덜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감동하긴 이르다. 국회가 여소야대라 정부의 감세안을 통과시킬지 더 기다려 봐야 한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