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신명기에 '피는 그 생명인즉 네가 그 생명을 고기와 아울러 먹지 못하리니'란 구절이 있다. 그외에도 창세기, 레위기 등 구약성서에는 "피를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경고가 여러 곳에 나온다. 로마시대의 귀족들이 젊고 씩씩한 검투사의 피를 마시면 회춘한다고 믿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성서의 그런 구절은 구약시대 사람들도 윤리적 불건전 목적으로 피를 많이 마신 것으로 추측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인간이 회춘용이든 치료용이든 피를 이용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이지만, 수혈이란 의료행위는 얼마 되지 않는다. 1665년 2월 '리차드 로우어(Richard Lower)'라는 영국 의사가 옥스퍼드대학에서 두 마리의 개를 서로 수혈한 것이 최초의 수혈실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혈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은 란트슈타이너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1901년 이후니까 현대 의학에 기초를 둔 수혈은 고작 100년 밖에 안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100cc 주사기에 항응고제를 넣어 채혈해 수혈하다가 한국전쟁 중 미국에서 보내온 많은 전혈을 쓴 것이 수혈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그러나 연간 220만 명 이상이 '사랑의 헌혈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지금은 수혈 없는 치료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이들 가운데 절대다수는 헌혈인구의 40%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군인. 지난해 말라리아가 발생한 강원도 경기도의 '헌혈 위험. 주의 지역' 군인 6만6천475명이 헌혈한 피 가운데 적혈구 농축액과 혈소판농축액이 수혈용으로 공급됐다고 하여 물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 사실을 밝혀 놓는 것이 전선의 아들들로부터 수혈 받고 있는 국민의 도리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