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20일동안 402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민의 대표들이 벌이는 감사다. 국민의 피같은 세금을 거둬 나라와 국민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과연 합리적으로, 목적에 맞게, 올곧은 방법으로 일했는지, 나라 살림을 맡은 사람들이 그 큰 살림을 하면서 겁없이 돈을 펑펑 쓰거나 쓸데 없는 일에 곳간을 열어 허튼 인심을 쓴 건 아닌지, 맡겨진 일을 게으름피우지 않고 충실하게 이행했는지 구석구석 따지고 캐물어 만천하에 공개하는 일이다.

그런 일들을 270여명의 국민 대표들이 16개 위원회별로 20일동안에 제대로 해내려면 무엇보다도 맡은 분야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야한다. 전문성이 없으면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전체의 윤곽을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껍질만 두드려보고 속을 짐작하는 서툰 감사가 될 수도 있다. 전문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전문성을 10분 발휘해 속속들이 챙기고 갈피갈피 따지는 성실성이 없다면 구렁이 담넘어가듯 대강 지나가는 감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잘못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한쪽에선 이를 덮고 감싸주느라 엉뚱한 질문을 하면서 '당위성'을 유도하고 한쪽에선 책상을 두드리고 고함을 치면서 마침내 감사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국민은 지레짐작으로 잘잘못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가 또 있다. 감사 결과 국민의 돈이 어디론가 새어나가고 누군가가 제 주머니돈 쓰듯 세금을 축냈는데도 그게 누구 잘못인지, 누가 책임지고 자리를 물러날 것인지, 아직 제대로 밝혀진 사례가 드물다는 사실이다.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되지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새로 마련한 예도 찾기 어렵다. 국민들 눈에 국정감사가 '제철 만난 국회의원'들의 활개치기 경쟁으로 보이는 이유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