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에 제정된 영국의 테러리즘 방지법에 따르면 테러는 '다중 또는 다중의 일부를 공포에 몰아 넣기 위한 목적의 폭력을 포함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폭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준한다면, 일부 학자들이 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동생 아벨을 무참하게 살해한 카인을 인류 최초의 테러리스트로 보기도 하지만, 다중에게도 아니고 정치적 목적도 없었으므로 카인을 테러리스트로 보는 것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테러의 역사는 길고 역사가 긴 만큼 시대에 따라 그 모양도 각기 달랐다. 마르크스·레닌의 '대중의 지지를 받기 위해 인명 살상을 최소화하라'는 교범은 90년대 이후 철저히 무시당해 지금은 이번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 거의 모든 세계인들에게 공분을 불러일으킬 만큼 무차별 대량 인명 살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선 이 같은 재앙적 테러리즘을 뉴테러리즘이라 부른다.

테러는 반드시 그에 상당하는 응징(膺懲)을 낳게 마련이다. 지난 86년의 전례를 보면, 베르린에서 폭탄 테러로 미군 병사가 죽자 가다피 리비아 지도자의 거처에 전격적인 새벽 공습을 감행한 뒤 레이건 미국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했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또 98년엔 케냐와 탄자니아 미국대사관 폭탄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아프카니스탄과 수단에 크루즈미사일 공격을 한 뒤 빌 클린턴도 똑 같은 말을 했다. "우리 미국은 맞받아졌다."

뉴테러리즘으로 자존심에 크게 상처 입은 미국의 응징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즉각적이고 단호한 응징을 천명한 만큼 대대적인 응징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테러 응징을 놓고 '테러 응징을 명분으로 한 강자의 테러 능력 과시' 또는 '테러 응징을 위한 또 다른 테러'라고 비판한 지금까지의 일부 논리가 어떻게 수정될지도 관심 거리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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