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의 '고양이가 나비를 희롱하는 그림(黃猫弄蝶圖)'은 그 색감이 따뜻하고 삼각구도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환한 봄 햇살 아래 주황색 새끼 고양이가 나풀나풀 춤추는 제비나비를 돌아보는데 돌틈에서 피어오른 붉은 패랭이꽃과 자줏빛 제비꽃이 화사하다. 언뜻 보면 흔한 봄날의 소재를 묘사한 것 같지만 이그림은 뜻밖에도 70세를 넘긴 노인에게 생신선물로 그려준 축수화(祝壽畵)다.

고양이 묘(猫)는 중국발음으로 칠십노인을 뜻하는 '마오'와 같고 나비 접(蝶)은 80노인을 뜻하는 '지'와 소리가 같다. 이끼 낀 돌은 장수를 상징하고 패랭이꽃은 축하를 뜻한다. 패랭이꽃은 한자로 석죽화(石竹花)인데 대나무 죽(竹)이 한자의 축(祝)과 발음이 같기때문이다. 고양이 바로 앞에 핀 제비꽃은 여의초(如意草), 꽃대 위에서 고개를 숙인 제비꽃의 모습이 등긁는 도구 '여의(如意)'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결국 단원의 황묘농호접도는 고희를 넘긴 노인의 생신을 축하하며 장수를 비는 그림인 것이다.

사람이 70살을 사는 게 흔한 일이 아니어서 두보의 싯귀를 따다 '고희(故稀)'라는 말도 만들어냈지만 노인을 공경하고 편안한 노후를 기원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옛 시화(詩畵)의 주제가 된 경우는 흔하다. 노안도(蘆雁圖)는 말 그대로 갈대숲에 노니는 기러기를 그린 그림이지만 노인들의 편안한 삶을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갈대 노(蘆)는 늙을 노(老)로 통하고 기러기 안(雁)은 편안할 안(安)과 음이 같으니 노안도(老安圖)인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4천600만명을 넘어서면서 65세이상 노령인구가 전체의 7.3%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황묘농호접도나 노안도로 노인을 대접하는 세상분위기는 아니더라도 노인들이 여생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노인복지정책과 함께 그들의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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