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준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지난 3월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처음 맞이한 이번 4·11 총선에서 다른 지역보다 높은 투표율로 큰 사건 사고 없이 무난하게 선거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도내 29명의 후보자, 정당·선거사무관계자, 그리고 무엇보다 도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자 한다.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 거는 기대와는 달리, 정당·후보자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적지 않은 갈등이 빚어지고, 의혹제기 및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또 비전과 공약 대신 흠집 내려는 근거 없는 언어의 화살이 상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내기도 했다. 물론 후보자간 철학과 이념이 달라 대립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문제는 정도 이상의 갈등으로 지역사회 분열이 증폭됐다는 것이며, 이어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까지 그 갈등이 연장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당선된 9명의 국회의원들은 그간의 반목과 갈등을 털어내고 화합을 통해 지역발전과 강원도의 현안 해결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 하리라 믿는다.

며칠 전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는가 싶었는데 벌써 대통령선거의 선거비용제한액이 공고되고, 각종 언론사에서는 앞다투어 유력인사의 지지율을 조사 공표하고 있다. 주요 정당에서도 당 조직 전환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등 정치계는 벌써부터 대선체제로 옮겨가고 있다.

4월 23일부터 제18대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고 우리 위원회는 대선관리체제로 전환된다. 지난 총선도 말이 국회의원 선거이지, 실은 대선을 위한 대립구도가 형성됐고 공천과 선거운동도 대선을 겨냥해 이루어진 면이 크므로 대선 전초전이라는 말이 실감난 선거였다. 그 결과 새로 출범할 제19대 국회가 원 구성부터 법안 심의까지 사사건건 여야 간 대선승리를 위한 샅바싸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각 정책의 허실을 논하기보단 대선에서 어떻게 하면 표를 더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하는데 급급해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예비후보자 등록을 기점으로 대통령 입후보예정자가 가시화 될 것이며, 입후보예정자 모두 자신이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정책과 살림 그리고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각 분야를 책임질 적임자라며 나설 것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 및 내 가족의 삶의 질을 좌우할 우리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의 거품과 진정성 및 신뢰를 토대로 한 실체 사이의 괴리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유권자의 능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정책과 당장은 귀에 솔깃하지만 장기적으론 제 살을 깎아먹게 될 정책의 차이를 확실히 선별해 투표로서 지지를 표하는 유권자의 혜안이 뒷받침될 때만이 이미지 정치에 담긴 허세와 실패의 가능성에 발목을 잡히지 않게 될 것이다.

최근 사이버공간에 여야·무소속을 불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선자, 대통령 입후보예정자, 기존 정치인들을 명확한 근거 없이 원색적으로 비방해 혐오감을 주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논어에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二過)’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분노를 남에게 옮기지 말고 잘못을 두번 반복하지 말라는 뜻이다. 민주시민이라면 자신이 한 행동을 책임질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이 지지했든 안 했든 간에 다수가 선출한 우리의 대표자들의 인격과 권위를 존중해 주는 성숙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초고속 경제 성장과 성공적인 민주화로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Economist지가 2010년도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발전정도를 측정한 ‘민주주의 지수 2010(Democracy index 2010)’ 발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민주화지수는 세계 20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22위를 제치고 아시아 1위로 랭크된 것으로 명실상부 절차적 민주주의에 있어서는 민주 선진국이라 자부할 만하다. 반면 실질적 민주주의에 있어서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정치문화에 있어 비판은 하되 절도와 절제가 지켜지는 가운데 냉정한 가슴을 가진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또 앞으로 있을 12월의 대선에서도 도민여러분의 적극적인 선거참여 속에 희망찬 도약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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