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4명은 이번 추석은 즐겁지 않으며, 4명이 채 안 되는 사람이 귀향 계획이라 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농촌 추석이 즐겁지 않은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쌀이 남아돌아 폐농 할 판인 희한한 농정에 농민들이 홧김에 논을 갈아엎는 마당에 고향 갈 맘도 가실 것이다. 그 남아도는 쌀 가운데 200만 섬을 대북 지원하기로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낸 것에 때를 맞춰 한국판 중국 고사(故事) 한 토막이 연출됐다.

진(晉)에 큰 흉년이 들자 진(秦)에 사신을 보내 곡식을 달라고 요청했다. 진 왕 목공(穆公)은 '적에게 쌀을 주는 것은 이적일 뿐더러, 한 번 주면 계속 달라고 할 것'이란 비판론이 일어날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YS와 JP의 7개월만의 만남에서 두 사람은 야당의 제안으로 대북 쌀 지원이 성사돼 가는 것에 대해 목공이 걱정하던 바로 그 대목대로 말을 모았다.

"야당마저 김정일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포용정책이 아니라 주권 포기 정책, 북한 테러집단만 이롭게 하는 것이다." 사실은 지금껏 정부의 대북 지원을 퍼주기로 규정하다가 '농민들의 정서가 심상치 않으니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는 게 낫다'라며 '남는 쌀'을 정치 무기화 한 야당 총재의 발상을 겨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남는 쌀'이 무기가 될 수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북한 퍼주기'로 써먹는 것이 낫다.

목공도 그때 "어진 사람은 남의 어려움을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하였으니 곡식을 내주는 것이 옳다"는 자상(子桑)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위수(渭水)에 수 만석 곡식을 실은 '배가 끊임없이 꼬리를 잇도록'(泛舟之役) 해 진(晉)으로 보냈다. 그게 이 추석에 '가기 싫은 고향'도 살리고, 이제까지 퍼준 데 망덕(忘德)하는 북한의 버릇도 고쳐주는 '2마리 토끼잡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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