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는 적어도 식생활이 보장된다. 감옥에서 굶어죽는 일은 없기때문이다" '악의 꽃'을 쓴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그렇게 이죽거렸지만 미국의 단편작가 오 헨리는 '경관과 찬송가'라는 소설에서 감옥에 가려고 기를 쓰는 한 건달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 단골 공원 벤치에서 소설의 주인공 소피는 감옥에 갈 궁리를 한다. 해마다 겨울이면 3개월동안 감옥에서 걱정없이 지낸 경험을 생각하면서.

석달 동안 감옥생활을 하려면 죄가 너무 무거워도 너무 가벼워도 안된다. 그는 적당한 범죄로 무전취식을 택했지만 식당 종업원한테 수모만 당하고 쫓겨난다. 화려한 상점의 진열장에 돌을 던지고 '내가 그랬다'고 경관에게 자수했는데 경관은 정신나간 놈으로 여겨 진범을 찾아 뛰어간다. 묘령의 아가씨에게 노골적인 성희롱을 시도했더니 그 아가씨가 오히려 잘만났다는 듯 팔짱을 낀다. 아가씨는 창녀였다. 주인이 보는 앞에서 값이 비싸보이는 비단 우산을 슬쩍집어들고 경관을 부르라 했지만 그 우산 주인은 오히려 쩔쩔매며 뒷걸음친다. 며칠 전 식당에서 주운 우산인데 주인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

소피는 결국 감옥에 갈 범죄를 포기한다. 단골공원 벤치로 돌아가는 길 찬송가 소리를 듣고 낡은 교회로 이끌리듯 들어갔고 그 곳에서 새로운 사람이되기로 결심한다. '일자리를 찾아 이 겨울을 나자'고 다짐하는 순간 무단 침입죄로 경관에게 끌려가 재판정에서 3개월 감옥살이 판결을 받는다. 오 헨리식 단편소설의 또 하나 표본이다.

교도소 구치소 감호소 등 전국의 감옥이 정원을 초과했다는 소식이다. 소피처럼 오는 겨울을 차라리 감옥에서 나자는 건달들이 늘어나서인가, 아니면 범죄자들이 꾸준히 증가해서인가. 어떤 경우든 감옥이 넘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노화남 논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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