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용철(朴龍喆)은 노래한다.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두야 가련다." 시인은 "아늑한 이 항구"를 떠나가면서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며 울부짖는다.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는 청춘의 희망와 욕망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떠나가지 않을 수 없었던 1930년대 우리의 실존적 비극을 역설적으로 읊은 시다.

저 옛날 고산 윤선도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며 이렇게 흥겨워한다. "백운(白雲)이 니러나고/ 나모 긋티 흐느긴다/ 돋다라라 돋다라라/ 밀믈의 서호(西湖)이오 혈믈의 동호(東湖) 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빈 홍요(紅蓼)는 곳마다 경(景)이로다." 이건 가을 노래이지만 봄엔 "동풍(東風)이 건듣 부니/ 믈결이 고이인다"고 하거나 "고운 볕이 쬐얀난대/ ?결이 기름갓다"고 노래하고 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나가는 사람의 심정은 이렇게 혹은 눈물이고 혹은 흥겨움이다. 강릉 시인 김동명은 돌연 여성이 되어 '바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윽고 그의 우람한 두 팔을/ 나의 허리에 느낄 때면/ 나는 나의 뼈가 흰 조개같이/ 그의 품 속에서 반짝이는 환각에 취한다." 남성적 바다에 취해 시의 서정적 자아는 자신이 "해초같이 일렁거린다"고 고백한다. 이런 바다를 누구인들 가보고 싶지 않을까.

함효영(咸孝英) 씨가 쓴 '사공의 노래'는 바로 그런 동해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여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홍난파 씨의 곡으로 널리 애창되는 가곡 '사공의 노래'가 엊그제 노래비(碑)되어 강릉에 안착했다. 노래처럼 그렇게 "순풍에 돛을 달고…" 문향 강릉에 또 하나의 문화가 생겨났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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