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백플랩(Backflap)은 금, 은, 동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허리갑옷'이다. B.C 100∼700년 모우케(Moche)문명의 백미로 평가되는 유물이다. 이 유물이 1998년 7월 펜실베이니아 대학 박물관에서 특별 전시 됐다. 그 연유를 담은 FBI의 수사기록이 영화처럼 재미있다. 1997년 9월 한 밀수업자가 10년 전 페루에서 도굴한 백플랩을 살 사람을 찾기 위해 뉴욕의 한 미술상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 미술상이 도난 미술품 수사 전담용 FBI 위장회사.

밀수업자는 그 유물은 페루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절 '모우케 문명지역'을 방문한 기념으로 받은 것이며, 대통령은 퇴임 후 이 문화재를 삼촌에게 선물했고, 그 삼촌이 지금 자신에게 팔려고 한다고 둘러댔으며, 160만 달러를 요구했다. 4주 후, 파나마 총 영사가 낀 밀매단은 FBI에 의해 한 호텔 주차장으로 유인돼 일망타진 됐고, 유물은 1998년 6월 공식 반환 행사를 거쳐 페루정부로 넘겨졌다. 그 전시회는 이를테면 문화재를 되찾게 된 데 대해 페루정부가 연 '사례 전시회'인 셈이었다. 이 사건에서 얻는 교훈은 도굴 문화재는 되찾아 봤자 본전을 못 건진다는 사실이다.

백플랩을 도굴 당하면서 이미 모우케 고분 하나가 박살 났으며, 더 희귀할 지 모를 또 다른 부장품들은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세계 문화유산 지정을 기다리고 있는 고구려 벽화 가운데 중국 지린성 지안시 삼실총(三室塚)과 장천1호분의 벽화가 지난 해 5월과 8월 각각 도굴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실총에서는 행렬도와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역사도(力士圖), 상상의 동물인 주작도 등이, 장천 1호실 고분은 무덤 주인공 부부의 가무관람도와 생활풍속도, 예불도, 비천상 등이 마치 벽지를 뜯어낸 것처럼 뜯겨 나갔다는 것이다. 본전을 못 건져도 좋으니, 되찾기만 해도 좋겠다. 과연 그런 수사력은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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