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모스크바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 횡단철도(TKR) 연결사업은 그후 감감 무소식이다. 그러나 한반도 주력철도가 어디인가를 놓고 북한과 러시아, 북한과 중국 사이에 불꽃 튀는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5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감지됐다. 북측이 그 주력철도가 '경원선이 어떠냐'고 넌지시 떠본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중국 장쩌민 주석의 방북 때 주력철도를 경원선으로 결정했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시베리아횡단철도가 두만강, 원산으로 이어지는 북한 동해안을 따라 연결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것처럼 북한은 러시아와 같은 괘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했다.

러시아의 경원선 집착 이유는 빤하다. 한국과 일본의 막대한 물동량 통과세를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렌윈항에서 출발, 카자흐스탄의 드루즈바, 모스크바, 베를린, 로테르담으로 이어지는 대륙간 직선운항의 중국횡단철도(TCR)를 1992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중국도 '그것'을 챙기려고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 일본 기업들도 중국과 유럽시장 접근의 '두 마리 토끼'가 가능한 TCR쪽에 손을 들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우선 경의선부터 뚫어놓고' 주장 이면에도 경원선 추가령열곡대의 컨테이너 열차가 통과할 수 없는 수많은 터널들을 개조해야 하는 복구비용 부담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철의 실크로드'의 아킬레스건은 그게 아니다. 당장 엊그제 금강산 당국자회담에서 또 실패한 'DMZ 4㎞ 뚫기', 한반도 서쪽 경의선에서, 동쪽 7번 국도에서 공회전하고 있는 '한 뼘 거리연결' 그게 문제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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