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가 오기(吳起)의 병서 '오자병법(吳子兵法)'엔 적을 쳐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여덟 가지 조건을 '요적(料敵)'이란 항목에 기술해 놓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보면, 우선 바람이 몹시 세게 불고 날씨가 무섭게 추운 날, 새벽에 졸리는 눈을 비벼 가며 이동을 시작하여 엷은 얼음을 깨고 물을 건너는 것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적군은 무조건 공격을 해도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군사가 양식이 없고 백성이 원망하여 성나 있고 불길한 일이 자주 일어남에도 위에서 능히 그치게 하지 못하는 적은 쳐도 좋으며, 군대의 수가 줄어 들고 구원의 손길이 미칠 만한 나라가 한 곳도 없을 경우, 이 때가 바로 침공해야 할 적기라는 것이다. 또 오기는 장수는 엷고 관리는 가벼우며 사졸이 여물지 못할 때도 적을 칠 좋은 기회라 하고 있다.

약 2천4백 년 전 초나라 장수 오기의 '적을 공격하는 필수 요건'에 대한 이런 지적들이 어제 새벽 아프카니스탄을 공격한 미국의 보복전쟁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모든 여건들이 아프카니스탄에 절대 불리하다. 거기다가 미국인들이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 나오는 "오 전쟁의 신이여, 우리 병사들의 심장에 강철을 씌워 주소서" 하고 읊조리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 터이니, 이번 보복전쟁의 결과를 능히 예측하고도 남는다.

오자의 말대로 과연 자고이래 모든 전쟁은 '요적' 즉 '적을 요리'하는 것일 테고, 이번 보복전쟁 역시 결국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싶지만, 미국은 이번 전쟁이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서의 그것이지 행여 십자군 원정 같은 종교전쟁을 치른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또 불리하고 약한 적에게 지나치게 분노함으로써 견문발검(見蚊拔劍)을 연상하게 해서도 옳다 할 수 없을 것이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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