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전만 해도 잔칫집에 국수나 술을 보내는 일이 흔했다. 아기 낳은 집엔 미역을 보내고 초상집엔 술과 고기를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모든 경조사에 돈봉투를 전달하며 축의나 조의를 표한다. 주는 쪽 받는 쪽이 모두 간편해서 일반화된지 오래다. 하지만 메마른 형식이어서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정도의 표시일 경우가 더 많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축하 기원 격려의 뜻을 전하는 선물이나 글귀를 개발하는데 남다른 재주를 발휘했다. 아들 낳은 집엔 '농장지경(弄璋之慶)', 딸 낳은 집엔 '농와지경(弄瓦之慶)'이란 글귀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 입신과 출세를 상징하는 홀(璋)로 사내아이의 출생을 축하하고 요조숙녀를 상징하는 실패(瓦)를 끌어다 계집아이 출생을 축하한 것이다. 노인의 생신을 축하하면서 갈대(蘆)와 기러기(雁) 그림을 그려보낸 것도 노안(蘆雁)=노안(老安)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견강부회같지만 재치와 능청이 담긴 축하 선물이다.

새집으로 이사한 집에 성냥이나 양초를 선물해 가운(家運)이 불길처럼 일어나기를 기원했는데 요즘엔 합성세제로 대신한다. 거품일듯 일어나라는 뜻이겠지만 그 거품이 빠지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미처 생각지 못했나보다. 과거보러 가는 선비들에게 비석에 새겨진 문(文) 관(官) 장(壯) 원(元) 등의 글자를 갈아다 물에 타 마시게 하거나 아들낳기 원하는 여자가 자(子) 남(男) 같은 비석글자를 갈아 마신 일이 하도 흔해서 전국 비석이 수난을 당한 경우도 있다.

수능시험을 보는 학생들에게 엿이나 찰떡을 선물하는 것은 이제 고전적 수법이다. 잘찍으라는 도끼나 잘 보라는 거울도 한물 간 방식이고. 수능의 계절, 기상천외의 수능선물이 쏟아져 나오지만 재치나 애교라기보다는 수능대목을 노리는 상혼의 범람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10만원이 넘는 목걸이 반지는 아무래도 너무했지 싶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