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발생할 경우 보유 수증기량과 주변 기상 여건을 정확히 알 수 있어서 그 태풍의 강도와 진로를 예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황사는 인공위성 관측자료 외에는 계량화된 어떤 자료도 없어서 예보에 어려움이 따른다" 봄철의 불청객 황사때문에 자주 구설수에 오르는 기상청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중국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황사가 대체로 3일 후면 한반도의 하늘을 뿌옇게 뒤덮지만 발생지의 강수량, 기압골의 강약, 기류의 종류에 따라 이동 속도가 달라지고 황사 입자의 크기에 따라 영향권의 범위도 달라진다. 기상청으로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중국 산서성 섬서성 감숙성 일대의 이른바 황토고원은 그 면적이 한반도의 두배가 넘는 53만㎢나 되는데 이곳의 황토 두께는 50m에서 400m에 이른다. 청해성에서 발원한 푸른 물줄기가 이 황토고원을 지나며 누렇게 흐려져 이름 그대로 '황하(黃河)'가 되니 이곳에서 발생하는 황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몽골 남부 지역인 감숙성의 거대한 고비사막도 황사의 발원지이다. 몽골 말로 '거친 땅'을 뜻하는 고비사막은 해발 1000~2000m, 130만㎢의 광대한 사막이다. 이 두 지역은 지금도 끊임없이 사막화가 진행중이어서 중국 대륙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일본 등 주변국 기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황사의 발생 원인이 되고있는 중국 서북부 지역의 광범위한 사막화를 막기 위해 한·중·일 3개국이 '중국 서부지역 생태 복원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고,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미국 등 12개국 30여개 연구 기관이 참여한 연구 조직이 황사 현상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중이다. '에이스 아시아(ACE-Asia)'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천재(天災)로 일컬어지는 황사의 실상과 그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황사를 피해가면서 그 피해를 줄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盧和男 논설주간 angler@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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