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협상 중재안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인다는데 동의, 워싱턴에서 곧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양측이 3일 밝혔다.

이로써 최근 양측 간에 또다시 격화되고 있는 유혈사태로 꺼져가던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2일 밤 늦게까지 두 차례 진행된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중재안을 조건부로 수락하고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벌이기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에 주재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하산 압둘 라만 대표는 "아라파트 수반이 클린턴 대통령의 설명을 들은 뒤 중재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이제는 이스라엘이 다음 조치를 취할 차례가 됐다"고 말했다.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아라파트 수반이 미국측의 평화안을 추가 협상을 위한 토대로서 대체로 받아들이면서 이스라엘측과 앞으로 12일 동안 집중적인 협상을 벌인다는 데 동의했으나 일부 문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도 아라파트 수반의 중재안 수락 소식이 알려진 3일 저녁, 안보 담당각료회의를 긴급 개최해 질라드 셰르 협상대표를 곧 워싱턴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각료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질라드 셰르 협상대표가 클린턴 대통령과 아라파트 수반 간의 회담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관리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재개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각료회의에 정통한 일부 소식통들은 폭력사태가 진정된다는 가정 하에 평화협상이 수일 내로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료회의 참석자들로 슐로모 벤 아미 외무장관이 팔레스타인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수일 내로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재안 수용결정은 퇴임을 앞두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의 적극적인 노력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클린턴 대통령은 2일 아라파트 수반과의 장시간 회담에 이어 3일에도 바라크, 아라파트 두 지도자와 잇따라 전화통화를 갖고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평화를 제1의 외교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직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 협상대표들에게 추가 협상을 위한 중재안을 제시한뒤 지금까지 양측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제이크 시워트 백악관 대변인은 "양측이 이제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했으며 평화협상 재개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면서 "이는 일보 진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3일 워싱턴을 떠난 아라파트 수반은 4일 카이로에서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을 만나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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