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눈덮인 겨울산으로 눈꽃트레킹을 떠나보자. 긴 겨울방학 아이들의 무료함을 달래고 온가족이 함께 겨울의 낭만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오솔길을 따라 울창한 수림사이 눈터널을 걷다보면 세상의 근심 걱정이 하얗게 씻기는 듯하다.

또 온가족이 눈밭을 걸으며 새해의 희망도 그려봄직하다. 내려올 때 비닐부대나 마대에 올라앉아 미끄러지는 엉덩이썰매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뽀드득 뽀드득 경쾌한 눈 밟는소리에 가족의 정을 더욱 깊어간다.

■태백산=태백산은 가파르지 않고 험하지 않아 초보자나,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다. 2시간이면 천제단에 이르고 하산까지 4시간이면 족하다. 따라서 가족산행으로도 적합하다.

태백산은 겨울의 눈과 설화가 환상적이다. 주목과 어우러진 설화는 동화 속의 설경인다.

적설량이 많고 바람이 세차기로 유명하여 눈이 잘 녹지 않고 계속 쌓인다.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눈을 날려 설화를 만든다. 태백산의 등산로 중 유일사, 당골, 백단사 코스를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 겨울 설화산행은 대부분 유일사매표소∼유일사∼장군봉∼망경사∼당골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주목과 어우러진 환상적 설화가 유일사에서 장군봉 이르는 능선에서 볼 수 잇기 때문이다. 화방재아래 유일사매표소에서 장군봉까지는 2시간이면 족히 오를 수 있다.

■대관령옛길=대관령옛길은 최고의 눈꽃트레킹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으로 대관령 휴게소에서 멀지 않은 반정(半程)에서 대관령박물관까지 약 5㎞ 구간. 등산로는 서너명이 함께 걸을 수 있을 만큼 널찍하다. 박물관에서 올랐다가 다시 하산하면 약 4시간, 반정에서 편도로 내려가기만 하면 1시간40분 정도면 족하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강릉 방면으로 약 1㎞ 내려가면 고갯길 오른쪽에 반정이라고 쓴 비석이 있다.

옛날 횡계와 강릉 파발역의 중간 지점이라는 뜻. 이 반정 옆으로 옛길이 나 있다.

중간 지점에 나그네가 목을 축이던 주막터가 있다. 주막터를 중심으로 윗길은 비탈길, 아랫길은 비교적 곧은 평지이다.

■오대산=도내 유명산의 대부분은 기암괴석의 바위산인 반면 오대산은 보기드문 육산(바위보다는 흙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그러나 산길이 험하기는 바위산 못지 않다. 그래서 겨울철 오대산 종주는 초보자에게는 위험하다. 오대산에서 트레킹으로 적당한 코스는 월정사에서 상원사 적멸보궁을 거쳐 비로봉(1천563m)에 이르는 길.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평지 8㎞, 상원사에서 비로봉까지는 약간 가파른 산길로 약 3.2㎞이다. 월정사∼상원사 구간은 왕복 2차선 비포장도로가 놓여 있어 차를 갖고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오대산 계곡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맛보려면 그냥 걷는 것이 좋다. 특히 오랜만에 산행을 하는 경우, 월정사∼상원사 구간에서 다리를 풀면 상원사∼비로봉 구간에서 고생을 덜 수 있다. 이 코스는 불교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월정사는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대찰. 절 주위로 뻗어있는 아름드리 전나무숲길이 압권이다. 권선문, 8각9층탑, 석조보살좌상 등 아름다운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백담계곡=백담사는 이제 한적한 산사가 아니다. 입구 주차장부터 절에 이르는 계곡길에 시멘트 포장을 입혔고 중간지점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그래서 탐방객이 붐빈다. 특히 단풍철이면 무질서가 판치는 시장통으로 변해 등산객들은 오히려 이 계곡을 피한다. 예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때는 바로 겨울. 특히 눈이 많이 왔을 때이다. 셔틀버스 운행도 중단되고 계곡은 다시 적막강산으로 변한다. 이 길은 오세암∼봉정암∼소청봉을 거쳐 대청봉에 오르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등산로. 용대리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의 길은 그 등산로의 초입에 해당된다. 약 7.5㎞의 짧은 길이지만 백담계곡의 아름다움을 모두 지니고 있다.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다. 부담없는 반나절의 트래킹으로 겨울산의 아름다움에 푹 빠질 수 있다.

(눈꽃 트레킹을 하기 전에 )


눈길 산행의 제1원칙은 안전. 겨울 산바람이 매섭고 날씨도 변덕스러운데다 눈길에서의 작은 실수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이겠지만 필수 장비는 아이젠과 스틱. 아이젠은 길을 떠나기 전 미리 등산화에 부착해 끈 등을 조절한 뒤 꺼내기 쉽게 배낭의 윗부분에 넣는다. 스틱은 지팡이의 기능 뿐 아니라 특히 겨울 등산에서는 안전의 절반을 책임지는 장비이다. 눈쌓인 계곡이나 너덜지대(바윗길)에서 발목이 빠지기 쉬운 구멍을 찾는 탐치기의 역할을 한다. 체격 소모를 줄일 수 있고 내리막길에서 유용하다. 추운 날씨의 산행에서 추위에 노출되는 것은 체력을 빼앗기는 것과 마찬가지. 탈진이 쉽게 오기도 한다. 두꺼운 옷 한가지보다 얇고 보온력이 좋은 모직 옷 여러 벌을 겹쳐 입는 것이 낳다. 또 옷이 젖을 때를 대비해 여벌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도록. 장갑은 방수가 되면서 보온력이 좋은 것을 선택한다.

눈길 산행은 등산화 앞과 뒤로 눈을 찍는 보법이 효과적이다. 내리막길에는 시야를 발 앞보다 조금 멀리 두고 발걸음을 과감하게 옮겨야 덜 위험하다. 코스 선정에서 모험은 금물. 눈에 덮인 겨울 산은 곳곳에 함정과 빙판이 있기 때문에 등산로가 아니면 아예 발길을 들여놓지 않는 게 상책이다.

孫健一gis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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