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은 지난 수십년간 주곡의 자급달성과 경제성장의 틀 속에서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한 경작을 추구해 왔다. 높은 소득은 질보다는 많은 양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로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에 들어선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농업의 기반은 당연히 ‘흙’이다.

그러나 우리 흙은 무분별한 비료와 농약사용, 폐수 유입 등으로 염류가 집적되고 양분 균형이 깨져 완충능력을 상실한 채 황폐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흙’의 유실도 문제. 토양학자들에 따르면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유효토심이 60㎝는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토심은 평균 11㎝에 불과,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얼마 못가 대부분의 토양이 생산성이 극히 떨어지는 '자갈밭'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토지의 생산력 감소는 물론 농업의 지속여부 조차 우려되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환경농법도 결국 이같은 문제점을 깊이 인식, 환경으로부터의 압력에 대처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그 핵심에는 ‘흙 살리기’가 있다. 흙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토양진단 체제 확립

흙 살리기의 기본은 토양에 대한 진단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보통 환경농업하면 ‘유기물만으로 농사를 지어 환경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유기물만으로 된 비료도 그 비료의 구성 성분과 사용되는 양에 따라서 토양의 질 악화를 초래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우리 흙이 지닌 문제는 영양부족 보다는 ‘영양 불균형’이 더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민들 스스로 자신의 논밭에 얼마만한 비료를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시비는 생산의 증대만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친 혹사는 토양을 피로하게 하고 결국 생산성의 감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또 흔히 토양의 질 저하를 객토로 막으려 하는데 객토에 쓰이는 흙도 유한한 자원임을 생각할 때 결코 옳은 대책이 아니다.

결국 정확한 진단을 통한 적정 시비 만이 장기적으로 흙을 되살리는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농협이 실시하고 있는 전국 농경지에 대한 토양검정사업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

■윤작을 통한 생태계의 다양성 유지

수확물을 거둔 후에 발생하는 부산물은 다시 토양에 되돌려 주고 연작을 피해 식물의 종류를 다양화 해야 한다.

고랭지지역의 배추무사마귀병처럼 한가지 작물이나 한 품종만을 계속 재배하면 특정 병해충에 유리한 조건이 토양속에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는 결국 토양의 영양 불균형과 과도한 농약사용을 부르는 주범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작물의 윤작이 필수적.

예를들어 콩과 식물에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하면서 질소를 고정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토양의 질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토양내 생물의 다양성을 가지는 것이 흙을 살리는 길이다.

■토양유실의 방지

토양의 침식을 막아야 한다. 토양의 침식은 비옥한 표토의 유실을 가져와 생산력을 떨어뜨리고 결국에는 농업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조사에 따르면 70년대 초 약 30㎝ 정도였던 고랭지의 밭이 비와 바람 등에 의한 유실로 현재는 돌멩이만 남은 곳으로 변해버린 곳이 상당지역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도내 지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경사지에서의 무리한 개간과 경작은 토양 유실의 대표적 주범이다.

단기간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한 농업방식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이제는 지양돼야 할 낡은 유물이다.

농민들은 또 자신의 땅에서 얼마나 많은 흙이 쓸려져 나가는지를 세심히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들어 과거 보리농사는 배를 채우는 목적외에도 봄철 토양유실을 막는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는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이제 보리농사를 토양보전의 차원에서 생각해 볼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책적 배려

토양의 보전은 개별 농가가 시행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따라서 올바른 토양보전을 위해서는 국가 정책적인 배려가 필수적이다.

농협의 토양 검정사업이 대표적.

또 농업관련 기관들은 지질정보 시스템이나 GPS 등을 이용한 정밀농업과 농업에 의해 초래되는 환경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최적관리기법 등 다양한 시스템을 일선 농가에 확산시킬 수 있는 체계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토양의 보전은 비점오염원 관리의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당국은 수질보전 정책을 다룰 때 강과 호수에만 관심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직접적 원인이 되는 토양보전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과 예산을 뒷받침 해야 할 때이다.

趙眞鎬 odyssey@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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