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지난 2월 캐나다는 드디어 북한과 국교수립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주중(駐中)대사인 하워드 발록 대사는 초대 북한대사로 겸임발령을 받아 최근 평양을 방문, 김영남 北인민최고회의 의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이때 토론토 스타紙 마틴 레즈 콘 아시아지국장과 마로 서네티그 加 글로브 메일 특파원등이 발록대사와 함께 동행했다.

이들 기자들은 거의 비슷한 시각으로 북한을 취재, 비판했다. 다음은 토론토 스타가 특집 ‘서서히 벗겨지는 북한의 가면’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게재한 콘기자의 방북기를 발췌한 내용이다


수백만의 주민들이 이 고립된 나라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갔고,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그들 동포들을 위해 눈물을 훔칠 여유가 없다. 개인숭배정치로 영생불멸의 화신이 된 김일성주석에 대해 아직 흐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8년전에 죽은 이 위대한 수령은 아마 무덤속에서도 유훈통치를 계속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지도자일 것이다.

평양의 대다수 시민들은 전력이 모자라 난방시설을 가동할 수 없어 실내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생활하고 있다. 이 전력난으로 문을 닫은 공장이나 병원이 많고, 밤에는 도시가 칠흑처럼 어둠에 잠긴다. 그렇지만 이 경찰국가는 어디서나 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경애하는 지도자로 지칭되는 김정일의 철권정치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北언론은 ‘21세기는 김정일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찬양하며, 지난 59세 생일을 기념해서는 평양에서 그의 이름을 본딴 ‘김정일화’축제를 열기도 했다.

높이 20m의 김일성 동상등 각종 공산주의 상징물들이 즐비한 시 전역에도 불구하고 또 북한 당국은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높이 30m의 상징물을 건축한다고 밝힌다.

주민들은 그들을 내려보는 김일성주석의 웃음짓는 벽화와 자동소총을 휘두르는 군인들의 선동적인 포스터를 배경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 북한은 60년대의 중국이나 70년대의 루마니아를 연상케 해준다.

북한정부는 외국인들이 평양 외곽지대나 지방방문을 허락하지 않는다. 식량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다. 구호사업을 위해 북한에 남아있는 캐나다 구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식량을 싣고가는 트럭에서 떨어진 곡물을 줍기위해 주민들이 도로로 몰려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연구원은 “북한내 식량 자급자족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단정짓는다.

이러함에도 북한정부는 ‘체면 차리기’에 급급하다.

한 예로 평양산원을 발록대사와 함께 방문했다. 안내원이 이 병원의 실험실을 소개했다. 방에는 4명의 기술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기계하나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고 기술자들은 컴퓨터에 무엇을 입력시키는 듯 싶었으나 데이터를 출력할 프린터나 종이는 보이지 않았다. 발록대사가 다른 장소로 옮기자 기술자들은 이내 자리를 떠 어디론가 사라졌다. 쇼는 끝나고, 병원은 원래 그대로의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지금 북한은 철통같은 권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김정일은 55년간 덮고 있는 ‘철의 장막’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다. 5일간의 이번 방문기간을 통해 2천2백만 북한주민들이 김일성과 김정일이라는 빅 브라더스(Big Brothers)가 통제하는 북한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세계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은 하나의 거대한 세뇌교육장”이라 지적, “그러나 최근 외국인들에게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북한당국으로는 대단한 도박”이라고 말한다. 발록대사도 “북한은 개방의 조짐들이 눈에 띠고 있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시작”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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