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金大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의 축하 공연과 두 차례의 만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민요가 아리랑이다.

북한이 자랑하는 관현악 '아리랑'에서부터 인민배우들과 꼬마들이 부르던 아리랑은 창법은 달라도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우리네 가슴을 찡하게 했다. 감격에 겨워 눈 안쪽으로 고이는 눈물을 말없이 훔치게 했다.

이어서 9월 15일 개최된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아리랑의 선율이 은은하게 깔리는 가운데 손을 맞잡은 남북한 선수들이 하늘색 한반도 기를 앞세우고 입장할 때 관중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 순간 아리랑은 지구촌에 울려퍼지는 희망과 평화와 감동의 메세지였다.

대체 아리랑은 무엇이기에 싸늘하게 닫혔던 마음의 벽을 이처럼 녹일 수 있단 말인가. 반세기 동안 얽힌 매듭을 한 올씩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아리랑은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민족사의 흐름을 같이해온 질기디 질긴 생명력의 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 한민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아리랑이 있다. 중국 조선족들에게는 '독립군 아리랑' '얼쑤 아리랑' '장백의 새 아리랑' 등이 있고, 러시아 한인동포들에게는 '아리랑 연곡' 등이 있다. 재일교포들도 아리랑을 부르고, 구한말 유카탄 반도의 애니깽 농장으로 떠난 1,033명의 후손들도 아리랑을 부른다. 심지어는 해외 입양아들도 어엿한 성인이 되어 아리랑을 부르며 눈물을 글썽인다. 이들 아리랑은 모두 구구절절 그리움이 사무친 노래들이다.

북한에는 대략 20여종의 아리랑이 있다. 아리랑, 해주아리랑, 어랑타령,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서도아리랑, 랭산모판 큰애기 아리랑 등 대부분 전통에 바탕을 둔 아리랑이다. 경상도 아리랑, 영천아리랑 등 남쪽에서도 잊혀진 아리랑이 널리 불리고 있는가하면 강원도아리랑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밀양아리랑, 경상도아리랑 등은 음악 조기교육을 위한 '어린이 피아노교측본'과 '어린이 가야금 배우기'등의 교본에도 실려있어 북한 어린이들까지 연주하고 부를 줄 아는 노래가 되었다.

북한의 대표적인 아리랑 소리꾼으로는 김관보와 강응경을 꼽을 수 있다. 아리랑을 운치있고 기교있게 부른다는 80고령의 민족음악교육가인 김관보는 1957년 제6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서 '강원도아리랑'과 '룡강기나리'를 불러 금메달을 받으면서 널리 알려졌고, 강응경은 1934년 강원도 철원군에서 출생해 강원도아리랑, 서도아리랑, 영천아리랑, 긴아리랑 등 많은 아리랑을 음반으로 남기고 피바다가극단에서 민족성악 강사로 후학을 양성했으나 1974년 4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 후 리경숙 박복희 전혜영, 전인옥 태영자 등의 민요가수들이 아리랑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秦庸瑄(정선아리랑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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