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봉우

강원대 조경학과 교수

낭만도시. 춘천시의 관문이라 할 고속도로 나들목을 나서면서 만나는 표지이다.

관문에서 만나는 구호나 관문에서 바라다 보이는 경관은 그 도시의 첫 인상에 중요한 부분이다. 첫 인상뿐만 아니라 늘상 관문을 통과하는 시민들에게 관문은 고향이라는 포근한 안도감을 주는 지점이자 공간이다.

직장을 따라 춘천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넘어 온 원창고개는 춘천의 첫 얼굴이었다. 당시, 도시를 들어서면서 만나는 교도소와 공동묘지는 관련분야를 공부한 필자에게는 의아한 경관이었다. 도시의 첫 입구에 이러한 시설이 위치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제는 이 풍경이 제법 익숙할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경관이고, 유쾌하지 못한 부분이다.

춘천시는 최근에 학곡지구 도시개발계획을 제시하였다. 춘천의 관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인 안마산 자락에 열병합발전소와 주거지역, 그리고 관공서를 위치시키고, 춘천 외각도로와 시내를 연결하는 도로까지 포함하고 있다. 관문지역에 도시 시설을 위치시켜 도시를 드러내 보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춘천시의 이러한 생각 가운데 열병합발전소의 경우는 주민과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 도시개발 부분에서는 철회하였다. 발전소는 철회되었지만 도시개발 부분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시개발도 역시 철회되어야 할 사안이다.

춘천의 경관 가운데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것은 고속도로 나들목을 통과해 나오면서 만나는 영서로의 시설녹지이다. 영서로의 시설 녹지를 만나면서 외지인들은 춘천이 이렇게 좋은 곳이냐고 놀라워한다. 영서로의 일부 시설 녹지는 분명 춘천의 자랑이고, 로망이다. 아쉽게도 녹지는 거기까지만이다.

학곡도시개발 계획에서 제시한 내용은 한마디로 현재 숲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숲 속에 병원과 주거지가 포함되어 있는 상태에 있는 녹지를 걷어내고 주택과 관공서를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춘천의 관문지역에 도시시설을 넣어 춘천의 도시다움을 보여 주겠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이 지역에 개발이 필요하다면, 녹지의 경관성을 강화해 주는 것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안마산 자락을 깎아 십여 미터가 넘는 절개지를 드러내고 주택지를,관공서를 이전한다고해서 춘천의 이미지, 경관성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나아지기는커녕 개악이 될 것이다.

춘천시의 규모에서 도시 시설의 우수성을 내보이면서 도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장소성을 만들어 내기도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연담화로 인해 방금 지나온 낭만도시 춘천이라는 광고판의 이미지는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순식간에 환기시켜 주게 될 것이다. 춘천 중심지에 미치는 영향을 보아도 그렇다. 학곡지구를 넘어선 학곡리는 트럭터미널을 비롯한 개발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학곡리가 개발되고, 학곡지구 도시개발 사업으로 안마산 자락의 녹지가 사라지게 되면 춘천의 동남부에서 시내로 향하는 기류의 흐름을 걸러 줄 걸름장치인 녹지가 사라지게 된다. 춘천 시민을 위한 학곡지구 도시개발 사업이 오히려 춘천시의 환경과 시민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결과가 된다. 또 도시개발사업에 포함되어 있는 외곽도로와 시내를 연결하는 도로는 또 다른 꼼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내로 진입하는 지름길을 내겠다는 것인데, 도로의 선형을 왜곡시키고, 토지를 낭비하고, 교통 소통의 혼잡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

춘천의 관문인 학곡도시개발사업지구의 개발 계획은 도시시설지구로의 개발보다는 녹지를 보완하는 경관 개선 사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학곡지구가 우수한 녹지로 존재하고 육성될 때, 춘천의 정체성과 장소성은 유지될 것이고, 춘천시를 살기 좋은 건강한 도시환경 공간으로 만드는 한 요소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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