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슈퍼 옆 형제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한 옷이 걸려 있다

주인을 떠난 몸피만 나란히 걸리어 바람 샤워를 하고 있다

미처 수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드럼세탁기 속으로

들어간 빨래들이 뒤엉켜 강강술래를 추고 있다

서로 주인의 허물을 아는 처지 때문이었을까

땟국물을 쏟아내며 서로의 부끄러운 곳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을까

처마 밑에 말끔하게 걸려 있는 몸피들끼리

얼굴이 붉어져 있다

하루 종일 햇살에 출렁거리며 지나가는 여인의

미소를 보며 흔들리던 양복저고리가

희망 슈퍼를 바라보았다

노을의 황홀을 들고 들어가서 사랑의 불씨를

사가지고 나오는 사람들, 찰랑거리며

깡충깡충 별을 사가지고 나오는 아이

몰캉몰캉한 새털구름을 들고 들어가서 탱글탱글

보름달을 들고 나오는 아가씨가

형제세탁소 처마 밑을 바라보다 웃는다

부끄럼 가리개도 없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몸피의 정체를 나는 봤다



김남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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