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훈

삼척시의회 의원

삼척 미로면 활기리에 있는 준경묘와 영경묘가 최근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제524호)으로 지정되었다. 이것은 남한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유일한 조선 왕실 선대의 능묘이자 최고의 시조묘로서 가지는 역사성과, 주변의 울창한 수목을 바탕으로한 풍수지리적 가치, 그리고 주변의 재실과 제각, 목조대왕의 구거지 등이 갖고 있는 학술적인 가치를 종합적으로 인정받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동안 관련 기관단체에서 많은 노력을 해 왔으나 도지정 문화재로서의 한계와 다른 조선 왕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로 인해 보존관리에 다소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국가사적으로 지정됨으로써 체계적인 관리와 계획적인 활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다행스럽고 고무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준경묘와 영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양무(陽茂)장군 부부의 묘로써 조선의 건국을 잉태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삼척 근덕에서 교살(絞殺)된 것과 관련하여 삼척이 고려 왕조의 멸망과 조선 왕조의 건국을 마무리 지은 곳이라는 상징적인 역사성을 지니는 중요한 유산이다. 뿐만 아니라 준경묘 주변의 산은 병풍처럼 둘러있어 바람을 막아주고 묘역 앞은 평지이면서도 지기가 흘러내리지 않고 머무를 수 있도록 지당이 있어 이성계의 4대조인 목조(이안사)가 한 도승의 말을 듣고 이곳에 선친을 안장시킴으로써 5대에 이르러 이성계가 탄생하고 조선왕조를 건국했다는 백우금관의 전설이 전해지고, 영경묘는 서쪽의 두타산을 주산으로 하여 뻗어 내려온 줄기의 우측에 외백호와 내백호가, 그리고 좌측에는 외청룡과 내청룡이 자리잡고 있는 형국의 명당으로 알려져 있어 풍수지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써 활용되고 있다.

또 준경묘와 영경묘 주변에는 아름드리 황장목이 군락을 이루어 2005년 ‘생명의 숲’이 선정한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대상을 받을 만큼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고, 경복궁 복원과 얼마전에 불탄 광화문의 복원에도 이곳의 황장목을 사용하고 있어 건축적인 면과 수목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처럼 소중한 역사문화적 자원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09년도에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지역에서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각계각층의 노력이 국가사적으로 지정되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러운 쾌거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국가사적 지정이라는 외형적이고 기본적인 성과에 안주하거나 도취되지 말고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원으로써 준경묘와 영경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먼저, 관련 사료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연구활동을 강화하여 역사적인 의의와 정체성을 확립하여야 한다. 특히 조선의 태동과 관련되어 있는 준경묘와 영경묘가 고종대에 이르러서야 국릉으로 추봉될 만큼 분분했던 목조 부모묘에 대한 위치 논쟁을 종식시키고 역사적 학술적 체계를 정립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목조대왕 구거지, 목조 이안사가 살았던 옛 집터, 수복방(守僕房), 수라방(水喇房)도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잘 복원하고 관리하여 역사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제고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빼어난 수형과 재질로 각광받고 있는 황장목 군락은 인근의 등산로와 연계하여 도시인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친근한 생태공원으로서의 기능도 훌륭히 해나갈 것이다. 사람이 아닌 나무의 혼례라는 면에서 독특한 이야기 거리가 되고있는 보은 정이품송과의 혼례목도 하나의 흥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이다.

또한,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태동(려말선초)과 발전에 이르는 역사적인 이야기를 지역내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하여 스토리텔링화 함으로써 테마가 있는 관광코스로도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자연의 파괴를 최소화 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어린 풍수지리의 학습장으로, 지역의 역사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와 촬영지로써 관광상품이 될 수도 있다. 역사와 문화, 생태와 건강을 아우르는 지역의 축제를 기획해 봄직도 하다. 그리고 이미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조선왕릉에 준경묘와 영경묘가 포함되도록 하고 관련 문화관 설치를 통해서 일반에 그 가치를 알려 나가야 한다.

이처럼 준경묘와 영경묘는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자원으로서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단지 우리들의 의지와 실천이 남아있을 뿐이다. 준경묘와 영경묘가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면서 온 국민의 더 큰 사랑과 관심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