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살맛 나지 않으면

춘천 닭갈비골목으로 가라

열 길 물속보다 더 깊은 게

한 길 사람 속이라서

한참을 찾아도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각별한 맛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닭갈비골목,

누구나 우여곡절로 한 생을 이루는 법,

그대가 술래가 되어

숨바꼭질을 하는 사이

생은 한 그릇 막국수로 풀어지고 있지 않은가

낯선 사이도

서먹한 침묵도

첨예한 대립각도

찰나에 뭉뚱그려

한 판 닭갈비로 구워지는

살가운 손길이 있는 닭갈비골목에선

굳이 통성명을 할 필요없다

속내를 밝히지 않아도 안다

매콤한 닭갈비를 후후 불어 먹으면

이심전심이 아니던가

콧잔등에 맺힌 땀을 훔치며

웃음을 내비치면

그래 안다

알아

그 깊은 맛

너도 알고 나도 안다



최일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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