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전이었다.

고등학교 체육시간은 내가 가장 자신없던 과목 중 하나에 속했다.

발달하지 못한 운동근육, 작은 키, 무서움증이 삼위일체를 이루어 주눅들게 하는 체육과목은 정말 하기 싫었다.

실기와 필기로 구분된 터라 아쉬운 대로 필기과목은 주로 외우면 어느 정도의 점수는 유지할 수 있어 죽기살기로 암기에 열중해야 그나마 반 타작은 할 기회가 있었다.

그날도 뜀틀 구르기 실기시험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펑펑 잘도 뛰어넘어 선생님의 오케이 싸인을 받는데 나는 엉덩이도 허리도 도무지 말을 듣지않아 연거푸 몇 번을 시도했지만 한번도 뛰어넘지 못해 끝내 울어버렸다.

다행히 구슬같은 땀방울이 온 얼굴을 뒤덮어 눈물인지, 땀물인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땀속에 감추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며칠 후 시험결과 발표가 있었다.

기대 할 여지가 없던 터라 그냥 점수에 관심도 두지 않았다.

한데,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는데 만점이라니 그것도 커다랗게 100점이 주어졌다.

점수가 잘 못 매겨져 내게 표시 된 것이겠지, 엉큼하게도 나는 은근슬쩍 기분이 좋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대뜸 “어디보자”하더니 “선생님예 이 친구 점수가 틀렸습니다” 하는차에 주위의 친구들이 순식간에 내 책상 앞으로 몰려와 내 점수를 확인하느라 북적거렸다.

“정말 그러네, 선생님! 계전이 점수가 엉텅리라예”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눈을 크게 뜨시고 보시더니

“만점 맞다”하셨다.

“아이라 카이 예, 그날 계전이는~...”

“그래, 계전이는 느그들처럼 한 번도 못 넘었다. 허나, 다들 봤나? 어느 누구보다 계전이가 땀을 가장 많이 흘린 것을, 안 되는데도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해 볼라꼬 노력하던 그 자세가 만점인기라. 늬들도 배워라. 도전정신 알것나?”

그날 이후 나를 따돌리던 친구들은 자기들 대열에 나를 스스럼없이 끼워주었고 친절하게 도와주며 가까이 해 주었다. 그 때의 체육시간이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기에 아직도 나의 도전정신은 포기와 좌절을 뛰어넘어 노력에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오늘도 그날의 빵점을 생각한다.

스승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는 제자가 되기 위하여. 신계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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