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본사 서울본부 취재국장

일요일인 지난 5일 오전 7시. 국민들에게 반가운 뉴스와 반갑지 않은 뉴스가 동시에 날아들었다. 이날 새벽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 팀이 축구 종가인 영국을 격파하고, 4강행에 당당히 합류했다는 뉴스는 삼복더위와 열대야에 지친 국민들에게 청량한 뉴스였다. 반대로 정치권의 4·11총선 공천헌금 파문소식은 제대로 짜증을 안겨줬다.

이날 새벽 우리나라 축구팀은 홍명보 감독을 사령탑으로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을 시종일관 탄탄한 수비력과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1대 1의 호각지세를 유지하며 영국을 압박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부상과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국 측 마지막 키커의 슈팅을 막아냈다. 이어 마지막 순간 골문을 가른 기성용의 결승골로 이변을 거두며 올림픽 사상 첫 4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이날 승리는 축구 종가인 영국에서 태극전사들이 땀으로 일궈낸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또 새벽부터 이른 아침까지 열대야를 견뎌 내며 5000만이 하나가 되어 승리를 기원했던 국민들에게는 감격과 감동,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집권 여당에서 터져 나온 4·11총선 공천헌금 소식은 아침 일찍부터 대지를 달구는 폭염과 함께 국민들을 다시 한 번 지치게 하고 있다. 비(非)박(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주자들의 경선 불참 선언과 황우여 당 대표에 대한 사퇴요구가 이어지며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여당의 공천헌금 파문을 계기로 박지원 원내대표의 저축은행 뇌물수수 의혹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면을 역전시킬 호기로 판단하고,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교수의 부상은 기성 정치권이 자초한 정치적 산물이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와 무능으로 국민의 지지를 잃었고 야당은 대안없는 비판과 주의주장으로 수권정당으로서 자질을 의심 받았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당선과 대선 주자로서 안 교수의 급부상은 이런 정치 환경에서 가능했다. 여당은 지난 4월 총선과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제 3의 대안으로 부상한 안 교수를 경계하며 혁신과 변화를 추진했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당 로고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며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나 총선후 새누리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목전에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정치만 있고 민생은 사라진지 오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박 전 위원장 주위에서는 소통 부재와 대세론에 빠져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4·11총선 공천헌금 파문의 끝은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안 교수가 40대 이하 계층에서 탄탄한 지지세를 유지하며 최근 방송 출연과 책 출간을 계기로 박 전 위원장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안 교수가 공천헌금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또 축구를 비롯해 양궁, 펜싱, 수영, 사격 등 각 분야에서 우리의 런던올림픽 영웅들이 땀으로 일궈낸 감동의 스토리를 전할 때 우리의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희망 대신 절망을, 기쁨 대신 좌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출마선언을 앞둔 안 교수에 대한 검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상대에 대한 검증대신 안 교수가 왜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는지 당 내부에 대한 자가 진단이 먼저다. 또 안 교수를 이기는 길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런던올림픽 영웅처럼 국민들에게 좌절 대신 기쁨을, 절망 대신 희망을 주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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