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달 26일부터 이란에서 열리는 제16차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두 사람 간의 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비록 이번 회의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오보로 판명됐지만,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 출신의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회동은 적잖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 총장은 취임 후 줄곧 "한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여건이 조성되고 기회가 생긴다면 한반도 평화문제에 기여할 의사가 있다"는 의지를 밝혀온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이 미국과 이스라엘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번 비동맹회의에 참석을 강행키로 한 것은 우선 유엔 수장으로서 이란 핵 문제에 대한 모종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한이 그동안 비동맹 외교에 역점을 둬 온 만큼 '북한의 태도변화를 압박할 수 있는 외교 무대'로서 이번 회의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 총장과 김영남은 지난 2009년 7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15차 NAM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잠시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유엔 미국 대표부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반 총장은 당시 회의에서 김영남을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건넸으며 당시 억류됐던 미국 언론인 유나 리와 로라 링에게 인도적 차원의 관용을 베풀어 이들을 석방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영남은 두 사람의 범법사실을 지적하면서 "두고 보자"고 답했고 이후 북한의 로켓 발사와 유엔 안보리의 비난 성명, 6자회담 등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두 사람이 예전에도 만나 당시 핵심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도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이 크다.

반 총장은 이번 회의에서 김영남을 만나면 북핵 문제에 대한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작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반 총장이 김영남을 통해 김정은에게 `국제무대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남북·북미 관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꽁꽁 얼어붙어 있고 북한도 김정은 체제 출범 초기인 만큼 두 사람이 만난다면 북한이 반 총장을 통해 국제사회에 어떤 입장과 태도를 내놓느냐도 관심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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