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말이 되지 못한

피 맺힌 설움이 꽃으로 피었구나

비가 내리면 계곡 물이 불어

강제징용 당했던 이들의 유골이 흘러 내리는필리핀 산악의 일본군 주둔지까지

어떻게 꽃씨를 숨겨 갖고 왔을까

종군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에게 모진 학대를 받으면서도

결사 항전을 각오한 듯이

울 밑에 핀 봉선화를 떠올렸던 걸까

군홧발에 유린 당하면서도

끝끝내 지켜낸 씨앗이

일본의 역사 왜곡을 넘어

오늘까지 이어져 꽃망울을 터트렸구나

서러운 넋들이

잊지 말자

잊을 수 없다

어깨동무를 하고 봉선화로 피어

서로를 위로하며

군락을 이루었구나

최일걸·시인



독자여러분께서 촬영하신 풍경, 행사, 고발사진 등 소재에 상관없이 photo@kado.net 메일로 보내 주시면 지면에 실어 드리겠습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