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장진

수필가

등산화 끈을 동여맨다. 배낭을 메고 목에다 등산화를 걸고 계곡물 건너니 딱 넝마장수다.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 용소계곡은 꼬불꼬불 길고 수려할 뿐만 아니라 숲이 울창해 계곡엔 물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라와 “와! 시원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계곡을 끼고 난 산자락 길도 흙길이라 맨발을 유혹한다. 사람들이 뜸해서 그런지 길바닥이 말랑말랑해 시루떡 위를 걷는 기분이다. 하지만 울릉도 성인봉 내리막길은 다 괜찮은데 산자락 아랫부분으로 오면 네모난 돌들이 발바닥을 긴장시킨다.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아야!”소리가 절로 나온다.

몇 해 전엔 미국 방송에서 뉴욕의 맨발걷기 사람들을 소개해 큰 반향을 얻기도 했다. 지구촌에는 47개 나라에 ‘맨발로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나. 우리나라에서도 참살이 바람을 타고 휴양림이나 자전거 도로, 공원 등지에 지압보도를 많이 만들어 놓고 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농부들은 밭갈이나 논 쟁기질할 때 장화라도 신었던가. 모내기 철 논바닥을 쓰레질 할 때 보면 맨발 위 장딴지에 거머리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배를 불리는 걸 봐 왔다. 모춤을 나를 때는 맨발이라 거머리가 붙지 않았는지 연신 내려다보면서 떡가루 반죽 같은 논바닥을 쑥쑥 빠지면서 뒤뚱거렸다. 못 짐 던질 때 철썩하는 물소리와 멀리 던지는 재미를 즐기면서. 이때는 겨우내 모셔온 까치 사촌발의 때도 저절로 벗겨져 황토물과 한물로 거름이 되었다.

이런 향수에 젖어서인지 새벽엔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 가서 맨발로 자주 걷는다. 어떤 아주머니께선 발바닥이 안 아프냐고 묻는다. “저도 사람인데 안 아플 수 있겠습니까? 참습니다.”

맨발 걷기는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 피로를 회복시켜준다. 발 지압 효과로 장기 기능을 향상하고, 자연치유력을 높인다고 한다. 신발에 억눌린 발가락의 퇴화나 변형을 막기도 한다. 맨발걷기를 50분 정도 하고 나면, 등줄기의 땀은 흥건하지만, 머리가 개운 해 진다.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무식하니 용감했다. 맨발걷기를 하고 나면, 평소에는 귀찮아 미루던 일도 찾아서 하게 된다. 혈액순환에는 거저 그만일 것이란 느낌이 든다. 발은 우리 몸에서 심장과 가장 먼 곳에 있기 때문에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기능이 떨어진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에 심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이것이 개선된다.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발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피로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 자율신경실조 등의 여러 가지 질병 증상 개선에도 효과가 있단다.

맨발로 걸으면, 자연스레 발바닥 전체를 지압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스트레스 때문인 소화기계 질병이나 내분비계 질병 등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뇌신경계의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치매를 막고, 기억력을 높인다고 한다. 발가락은 신발을 신게 되면서 퇴화한다. 세 마디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새끼발가락과 그 옆의 발가락이 두 마디로 퇴화하여 걷기 능력도 떨어진다. 맨발걷기는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임산부는 태아에게 좋지 않고, 발바닥 근육이 약한 노약자나 당뇨병환자는 피해야 한다.

‘제2의 심장’, ‘인체의 축소판’이라는 발, 맨발걷기를 부지런히 하자. 학교 맨땅 운동장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아주머니, 멀리 바라보면서 걸으면 자세가 발라진 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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