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남

강릉예총 회장

초가을하면 떠오르는 시(詩)가 있습니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맞으러 강릉 가는 배/어기야 디여라 노를 저어라.”

함호영의 시 ‘사공의 노래’입니다.홍난파 선생이 작곡하여 가곡으로 더 큰 명성을 얻는 시입니다. 봄을 노래한 내용이지만, 가을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시나브로 가을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머니 같은 9월이 우리 곁에 오고 있구나 싶어 가슴 설레었습니다. 도회의 삶에서 잊곤 하지만, 가을의 손길이 땅위의 동물들을 번식시키고 지상의 식물들을 열매 맺게 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화예술 역시 가을이 가장 큰 절기입니다. 올해는 강릉예총이 이곳에 문화예술의 씨앗을 뿌린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그래서 ‘흐르는 예술, 넘치는 감동’이라는 슬로건으로 지역·세대·계층을 아우르며 강릉예총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제42회 강릉예술축전을 펼칩니다.

오늘부터 다음달 9일까지 문화예술의 향연이 지부별로 다채롭게 열립니다. 강릉예술축전은 우리지역 문화예술의 발굴과 보존 그리고 실연(實演)과 공연의 현주소를 알리는 최고·최대의 문화예술축제요, 지역의 공연단을 모아내고, 온 시민을 하나로 끌어들여 연대감을 드높이는 명실상부한 축제 한마당입니다.

문화예술은 창조의 고통과 환희가 교차되는 고독한 싸움의 연장선입니다. 그 싸움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지엄한 예술의 길! 여기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난관과 좌절의 유혹이 잠복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배고픔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역량이 미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공허한 환경을 견디지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하여튼 분명한 것은 무수히 많은 사람이 예술의 길에 도전하지만 끝까지 가는 이는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강릉예총 역시 50년의 나이테를 쌓기 까지 태동기, 침체기, 도전기, 활성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풍우한설(風雨寒雪)의 힘든 여정을 거쳤습니다. 그러기에 강릉예총을 반석위에 세워주시고, 초연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의 이름을 드높입니다.

사람에게 고향이 있는 것처럼 모든 문화에도 예술이라는 고향이 있으며 누구나의 고향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처럼 다양성의 뿌리인 문화예술도 존중되어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한 존재에게 긍지와 꿈을 주는 그 고향이 파괴되거나 소멸되어버린 경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릉예총은 꿈과 열정으로 지역의 예술혼을 지켜온 분들의 이름을 거룩히 보듬고, 50주년에 자만하지 않고 ‘흐르는 예술, 넘치는 감동’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집니다.

이제, 강릉예총은 2018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이 되도록 더 큰 뜻을 품겠습니다. 예술은 고색창연한 문화유산과 같습니다. 예술을 통해 문화올림픽으로 만드는 일은, 장구한 역사 속에서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건물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물은 나 홀로 우뚝 선 건물이 아닐 것입니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물은 하늘이 곧 땅이고, 땅이 곧 하늘인 건물일 것입니다. 천정이 통째로 달님이고, 벽이 통째로 바람이며, 바닥이 통째로 구름인 건물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건물이 통째로 소통의 창문이어서 누구나 새로운 생각과 말과 행위를 주고받는 곳이 될 것입니다.

문화는 위아래 따로 없이 스며드는 우리 삶의 공기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활짝 열려 있으면서도 가장 밀도 있는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은 사람과 사람, 농촌과 도시, 나라와 나라, 과거와 미래, 희망과 꿈이 몸과 마음을 부비고 섞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드러냄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라만상을 키우는 대지의 마음이 바로 문화올림픽으로 다듬는 강릉예총의 마음입니다. 문화올림픽의 구심점이 되도록 열정을 잃지 않겠습니다. 유행은 일시적이지만, 문화예술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함호영의 시 ‘사공의 노래’는 계속됩니다.

“순풍에 돛 달고서 어서 떠나자/ 서산에 해지며는 달 떠온단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가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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