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수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최근 국내경제의 L자형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유럽재정 위기의 장기화로 대외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가 소비 진작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이 우리 경제에 탄력을 줄 필요성이 절박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행히 강원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대내외적인 하방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다소 우려스럽다. 강원도가 이러한 하방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의 양대 축인 생산 및 소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경제학파 간에도 공급과 수요의 관계에 관해서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조한다는 고전학파(세이의 법칙)와 소비, 투자 등 수요의 크기가 경제수준을 결정짓는다는 케인즈학파(유효수요이론)가 전통적으로 대립하였지만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필요성에 대하여는 이설이 없다.

당면과제는 수요 부문이다. 강원지역은 12조원 규모의 가계대출금 중 50% 이상이 농·수·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과 같은 비은행금융기관에 편중되어 있다. 이에 반해 전국은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비중이 30% 미만, 여타 8개도는 평균적으로 40% 미만에 그치고 있다. 비은행금융기관은 일반은행에 비해 자금조달비용이 커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지역가계의 이자상환 부담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소득 수준을 보더라도 총소득이 9개도 중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낮고 1인당 소득은 전북 다음으로 낮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더해 강원도 인구의 고령화 속도가 전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지역민의 소비지출 성향을 보자. GRDP 대비 가계소비지출 비중이 전국(49.5%) 및 8개도 평균(43.3%)을 상회하는 50.8%(2010년 기준)로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제상황을 지수화한 소비자심리지수도 전국과 달리 기준치(100)를 넘고 있어 소비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또한 지역내 신용카드 사용액 기준으로는 관광과 관련된 부문의 비중이 절반 정도에 달하고 있어 관광소비에 우호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강원도의 긍정적인 소비성향과 소비여건이 부채상환에 매몰되지 않도록 소득향상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시 말해 정책기조를 소득친화형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소득향상이 소비진작으로 이어져 생산활동에 활력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고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기반을 확충하고 고령층에 대해서도 소득기반을 창조해 줄 수 있는 고용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양질의 일자리는 지역의 주력산업을 신기술과 연계·융합하는 방식으로, 고령자 소득은 복지와 생산을 두루 지향하는 생산적 복지정책(workfare)을 통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부채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예금은행의 관계형 및 지역밀착형 금융을 확대하여 지역민의 이자상환 부담이 완화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국내관광 대표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강원도가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세계관광지로 변모하여 관광소비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내외적 소비중심지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자는 것이다. 개최준비 시점부터 개최 후 까지 단계적으로 고도의 전략을 수립하여 다시 찾는 관광지로 강원도가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특히 올림픽 개최용으로 건축한 시설물이 전천후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도록 노력하여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성공사례를 뛰어넘는 강원도형 신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모쪼록 탄탄한 소득을 기반으로 강원도의 맷집이 견고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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