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평생
달빛 찰랑이는
꽃잔을 들이키고.
여자는 평생
꽃등을 켜고 기다리다가
시린 햇살
눈 못 떠
주저앉은 꽃
기름 없이 심지만 타던 꽃등이
달의 닻을 놓아 버리자
설레던 꽃잔은 녹고
긴 대궁만 남아
그 남자의 꽃잔이
그 여자의 꽃등이
노란 풍선처럼 부풀더니
가시돋친 햇살에 찔려
한 생이 빈 껍질뿐
시린 햇살
눈 못 떠
주저앉은 꽃
노인요양원 담벼락에 기댄
내 할아버지 할머니!
김현숙·춘천시 후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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