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헌

동해 새중앙침례교회 목사

최근 나주에서 일어난 어린이 성폭행 사건은 그저 참혹하단 말 외에는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없다.

근간의 모든 언론에는 초등학생과 여중생, 20대 여성은 물론이고 만삭이 된 임산부까지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사람에게 무자비하게 자신의 성적 환상을 폭력적으로 실현하는 암울한 범죄를 전하는 소식들로 가득차 있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사회가 되어 버렸고 아동이라는 이름으로는 언제든지 무참히 짓밟히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고, 내팽개쳐질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관련자들은 혹시 여론의 몰매를 맞을까 이번에도 지레 사후약방문을 처방하기 바쁜 모양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식을 키우고 가족을 염려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데 모여 대책을 논의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화학적 거세나 양형기준을 높이는 것과 같은 사후의 강력처벌을 암시함으로써 과연 지금의 사태들이 진정되고 예방될 수 있을 것인지를 말이다.

몇 만 명의 경찰이 하루 24시간 온 국민을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곳곳에 CCTV를 달아 일거수 일투족을 꼼짝없이 지켜보겠다고 하면 이 모든 잔인함이 끝이 날지를 말이다.

우리가 이런 것에라도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두려움이 이미 도를 넘은 것을 우리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빨리 다 같이 힘써야 할 몇 가지 일들이 보인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우리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사회화와 인간화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한 교육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속에서 아무 것도 주입받지 못하고 나온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도 모르고, 최소한의 인간됨의 도리도 모르는 야만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로 우리 곁으로 내보내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주 어린이 성폭행범이 중졸 학력이 전부라는 점을 볼 때 학력과 상관없이 그 공교육 현장에서 충실한 가르침을 받지 못했을 것이란 점이 너무 쉽게 예상된다. 따라서 이 기회에 단 한 아이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우리 교육의 중요한 가치로 다시금 우뚝 서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이 기회에 우리가 어떤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안 비판이 너무도 공허한 것임을 알기에 이것저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밝히는 바이다.

그보다는 아이들과 가족들과 원하는 사람들이 평화롭고 개성 넘치는 건전하고 성평등한 문화와 여가 선용의 기회들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과 내용 개발에 지금이라도 박차를 가하고, 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더 강조하고 싶어 하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따뜻한 전통을 회복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가정들이 깨어져나가는 것을 불안한 눈으로 무력하게 바라보기만 했어야 했던 아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울분과 좌절의 깊이를 우리는 차마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가슴 아프고 화나고 슬픈 아이들을 따스하게 돌보고, 관계를 맺고, 도움을 청하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제도와 장치들을 우리 사회 곳곳에 마련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는 남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네 이웃을 내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장39절)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더 이상 우리가 어리석음과 무심한 잔혹함에 희생되지 않게 그렇게 우리는 서로서로를 가르치고 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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