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철

한국경찰문학회 중앙회장

시인·수필가

풍요의 계절, 기다리던 결실의 기쁨이 상실의 아픔으로 다가와 가슴이 저밉니다.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갸륵한 한 농부의 이 소박한 꿈마저 짓밟아 뭉개버린단 말입니까?

고향에 사는 친구가 부모 유산으로 황폐한 야산 3000여평을 고혈을 짜내는 각고끝에 옥토로 개간하여 개량 밤나무 800여그루를 식재(植栽)후 그간 병충해 방재, 가뭄에 물 주기, 풀베기 등 갖은 정성으로 애지중지 길러오면서 아담한 밤나무 단지를 조성해서 무뚝뚝한 인간과 말 못하는 밤나무간에 꿈 길에서도 한결같이 무언의 대화를 이어 오면서 10년 세월 묵묵히 가꾸고 쓰다듬어 땀과 사랑을 쏟아붓고 난후 탐스러운 밤송이가 앞다퉈 매달려 무르익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면서 날마다 흐뭇해 하며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처음 말은 자나 깨나 언제나 지겨울 정도로 ‘밤. 나. 무’소리…

이제 수확을 한달여 눈앞에 두고 누렇게 익어가는 밤송이를 보며 함께 고생한 친지들과 어떻게 이 결실의 기쁨을 나눠가질까 감격에 북받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알토란 처럼 영글어만 가던 밤송이들이 두번에 걸친 강력한 태풍, 이름도 악명높았던 세계적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같은 제15호 볼라벤, 제14호 덴빈이라는 요물같은 폭풍과 폭우가 저주스런 이름으로 휩쓸고 지나간 언저리에는 황폐한 들판만이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긴 한숨만이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재난으로 인한 피해 사실에 대해 정부에 보상을 신청하려하니 3000평 정도의 소규모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라니 더 가슴이 답답하다고 세상만 원망합니다.

밤나무단지에 내려앉은 저 슬픔을 바라만 보고 있는게 자식 잃은 지아비의 심정과도 같을 겁니다.

신이시여! 소박한 꿈을 키우려다 이번 뜻하지 않은 태풍 피해를 입은 모든 피해자들의 까맣게 타버린 가슴을 어루만져 폐허가 된 소망의 탑을 다시 쌓기 위해 또 다시 활짝 웃으며 도전할 수 있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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