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가을은
그림보다 화려하다
잎마다 물들어 가는 미동(微動)
물 바람 자연의 소리를
들은 대로 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을이 신비스러울수록
지난 여름은 살인자 되어야 하고
강산은 몇번 죽었다 깨야 한다
매미는 입이 부르터야 하고
가을 터줏대감 귀뚜라미는
몸 성한 곳 없어야 한다
가을이 성스러우려면
하늘이 몽땅 이사를 와
텐트를 쳐야 한다
정령 산이 붉스레 하고
하늘이 갓 아이눈 같으면
신선만이 사는 천상낙원
세상사 가을 산천만 같다면
무엇 부럽고
무엇 탓할 게 있으랴
최동희·강릉시 포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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