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인 편향, 사람들은 그것을 ‘편견’이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은 ‘편견을 부수는 것은 원자를 부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무의식적인 편향 때문에 사람들은 판단에 실수를 하고도 결국 자신이 내린 결론에 대해서 확신하게 된다고 책 ‘히든 브레인’은 말한다. 결국 편향은 완곡함과 불통의 큰 원인이 된다는 소리이니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극히 경계해야 한다. 최근 5·16 쿠데타나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그녀의 역사, 정치관이 박정희대통령을 향한 맹목적 편향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일국의 수장을 꿈꾸는 사람이니 아버지를 뛰어넘는 초월적 감정과 냉철함이 우선해야 하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역사를 돌아봄은 쓸데없는 일이 결코 아닌데, 박근혜 후보는 ‘민생 챙길 것도 많은데 계속 역사 논쟁을 하느냐’는 말로 과거사의 언급을 불편해 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에 대해 일어난 일 모두가 나의 정체성을 만들 듯이 우리나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생긴 일 하나하나가 우리나라를 규정하는 정체성이고 이 정체성의 집약체가 바로 ‘역사’이다. 따라서 제대로 알아야 진단 처방 계획이 되는 것처럼 나라를 이끌 대통령은 나라의 실체인 역사, 그것에 대한 바른 인식부터 갖춰야 한다.

과거는 어떤 미래로 가야 하는지 방향설정을 할 때 반드시 돌아봐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나쁜 과거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교훈의 장을 제공한다. 좋은 과거는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탄력적인 성공발전에너지를 제공한다. 다만 암울한 과거가 효과를 얻으려면 그 과거의 희생자들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범사회적 공감대와 동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들의 희생이 건강한 사회구현에 큰 발판이 되었음은 우리 후손들이 늘 기억해야 하는 책무인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이 여론의 쟁점이 되고 있다. 그 쟁점이 진행형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박정희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이 나오면 그녀의 반응은 비슷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불안하다. 전향적 인식을 동반하지 않는 사과에서는 진정성을 느낄 수 없기에 생기는 불안감이다. ‘박근혜브랜드’ 출발점은 ‘탈 박정희대통령’일지도 모른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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