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 동해 삼화초교 교사

우리학교 6학년 이슬이는 학교에 오자마자 사육장부터 갑니다. 밤사이 태풍에 염소와 닭, 토끼들이 잘 있었는지 걱정이 많이 되었나 봅니다. 바람에 나무로 만든 울타리가 넘어지기는 했어도 염소 새싹이랑 닭, 토끼들은 모두 아무 탈 없이 괜찮네요. 이슬이는 안심이 되는지 울타리도 세워놓고 숫염소 새싹이와 동물 친구들이 먹을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교실로 들어갑니다.

점심을 먹고 이슬이는 급식소에서 점심 반찬거리로 다듬고 남은 배추를 한 자루 들고 사육장으로 또 갑니다. 3학년 동생들과 함께 배추 잎을 뿌려주고 몇 잎은 손에 들어 새싹이에게 먹여줍니다.

“선생님, 아침에 새싹이가 계속계속 울었어요.”

“그래. 왜 그렇게 울었대?”

“배고파서 그렇지요. 자 이거 먹어~”

새싹이는 배고픔도 알아주는 이슬이랑 오랫동안 지내서 그런지 무서움 없이 배추 잎에 입을 갖다 댑니다. 처음 우리학교에 올 때는 자그마한 뿔이 있는 어린 염소였는데 이제는 뿔이 손가락보다 길어진 것을 보면 어른 염소가 다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지난밤 비가 많이 내려 사육장안에 물이 고여 있어 신발과 양말이 다 젖어도 이슬이는 동물들을 돌보는 일이 마냥 즐겁습니다.

올 봄 우리학교에 여러 해 묵혀 두었던 테니스장에 커다란 사육장을 만들었습니다. 염소와 닭, 토끼들 열세 마리가 우리 아이들과 한 식구가 되어 지내고 있습니다. 하얀 토끼를 한 번 안아보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 큰 수탉이 무서워 뒷걸음치며 도망가는 아이들, 울타리를 껑충 뛰어넘어 다니는 염소를 보며 놀라워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한 아이들 삶을 봅니다.

학교 뒤 텃밭에는 얼마 전에 아이들이 심은 배추가 자라고 있습니다. 호미를 들고 풀을 매고, 고추와 옥수수를 따서 함께 나누어 먹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자라기 위해서는 자연과 함께 지내고 일을 해야 한다는 이오덕 선생님 말씀을 떠올리며, 이슬이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얼마 뒤면 암탉들이 달걀을 낳아 병아리도 까고, 토끼도 새끼를 낳겠지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함께 건강하게 잘 자랄 것입니다.

※이오덕선생- 삶을 가꾸는 글쓰기교육과 우리글 바로쓰기를 위해 평생 애쓰신 참된 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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