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춘천을 오랫 동안 떠나 있다 귀향한 사람들을 만나면 춘천이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이야기의 대부분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 때가 많다. 망가져 가고 있는 춘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다. 도시가 망가진다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로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것이며,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것은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외부에만 의존하게 되며, 또한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시민들의 공적인 공간문제와 연결되기도 한다.

개발이 중단되어 흉물스럽게 방치된 위도, 매각이 거론되고 있는 어린이회관, 시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는 캠프페이지 부지활용 문제, 그리고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중도 문제까지 춘천시민들의 소중한 공적 공간이 자치단체의 일방적인 개발논리에 의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추진을 위해 중도에 4미터 높이의 제방을 쌓아 달라고 원주지방국토관리청에 요청했다고 한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제방공사에 시민의 혈세 수 백억이 낭비됨은 물론, 안과 밖이 차단된 거대한 성을 쌓아 올려 중도의 수려한 경관을 돌이킬 수 없이 훼손하게 될 것이 뻔하다. 시민 공동의 자산인 중도를 자치단체장 말 한마디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발상은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인가?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결정의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 이러한 상황이 제대로 된 지방자치, 민주주의인가?

30년 가까이 중도유원지에서 장사를 하며 삶을 영위해왔던 상인들에게 한 달 전에 공문 한 장 날려 중도를 개발해야 하니 나가달라고 통보하는 것은 상식인가? 개발을 위해서는 소수의 희생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담당 공무원들의 사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강원도는 중도에 들어오게 될 종합 레저관광시설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따져보기는 했는가? 지역 상인들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개발하면 무조건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는 근거 없는 과장 광고일뿐이다.

무엇보다 중도는 춘천시민들의 공적인 공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했던 야유회, 대학시절 MT, 연인과 함께 걸었던 아련한 기억도 떠오를 것이다. 배를 타고 10분만 들어가면 언제든지 쉴 수 있는 시민의 휴식공간이 있지만 대규모 개발이 추진되면 중도는 더 이상 춘천시민들에게 열린공간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중도 문제에 대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처럼 기존의 유원지를 존치시키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이 사업은 반드시 지역의 상인들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사업의 타당성과 지역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추진되어 부실을 초래한 사업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강원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도 개발사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중도는 시민의 공적 자산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