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하가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었다. 어디를 가도 형형색색 모두 그림이다. 이해인 수녀는 요즈음을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이라는 문장으로 표현한다. 아름다운 경치는 쉼 없이 달려온 우리네 팍팍한 삶의 일 년 마무리를 돌아보고 슬픔이 많은 이들에게는 위로를, 좋은 일이 많았던 이들에게는 더욱 감사를 주기 위해 신이 마련한 여유같다. 가끔씩 큰 호흡으로 절경의 정기받아 모두들 힘 얻기를 권해 본다.

후대 전쟁사가로부터 2차 세계 대전 중 유능한 지휘관 중 한 명이라고 평가받는 폰 만슈타인 장군은 장교를 평가할 때 현명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고 이 중 가장 바람직한 리더의 유형으로 ‘게으르면서 현명한 리더’를 꼽았다. 이때의 게으름이란 통상적인 의미의 게으름이 아니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상관 자신과 부하들의 휴식을 잘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요 부하들에게 윗사람 없을 때의 자유로움, 그 여유를 선사하는 게으름이다 . ‘총명하고 생각이 뛰어나도 어리석은 듯함으로 지켜야 하고...’라는 공자님 말씀도 일맥상통한다.

여러 과학적인 연구도 적당한 휴식이 생산성을 높인다고 말하니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격려해야 하는 높은 자리의 리더일수록 아랫사람들이 누리는 자유를 소중히 여겨야 함은 당연하다. 노벨상 수상자의 아이디어도 책상에 앉아 정보를 주고받는 것보다 커피브레이크에 동료들 하고 나눈 대화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고백이 낯설지 않은 이유이다. 빌게이츠는 세상을 바꿀 놀라운 아이디어를 거의 자신만의 휴가기간에 얻어내기에 사람들은 빌게이츠의 휴가를 ‘세계에서 가장 멋진 아이디어 창출방식’이라고 부르고 있다. ‘시 읽는 CEO’ 책에 나오는 말이다.

올해도 막바지에 다달았다. 사실 쉼 없이 달려간다고 일 잘하는 것은 결단코 아닌데 그렇지 않으면 불안한 것이 우리들 속마음이다. 치열한 경쟁 속 지친 삶의 한 토막에 휴식이라는 쉼표를 찍으면서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여가를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가져보면 어떨까? 그냥 보내기에는 강원도의 산이 너무 근사해서 해 보는 말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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