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숙

춘천보훈지청장

국가보훈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의 숭고한 정신을 선양하고 그와 그 유족의 영예로운 삶과 복지향상을 도모하며, 나아가 국민의 나라사랑정신 함양에 이바지 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말하자면,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이 있다면 국가가 이를 찾아내서 보답을 해야하고, 보답을 하는 행위 자체가 나라사랑정신 함양에 이바지 한다는 것이다. 칭기즈칸이 세계정복을 이룰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부하가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도록 그 가족을 책임지는 제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바로 보훈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예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국가보훈 체계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정비되어 있느냐가 그 나라의 국력을 나타낼 수 있다. 역사가 주는 교훈을 되새기고, 선조들의 희생으로 그 나라가 건재할 수 있었음을 상기하며, 그 숭고한 희생정신에 대한 존경의 예를 현재에 표출하는 것이 미래의 국가 에너지인 나라사랑정신, 즉 애국심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가보훈은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라는 말이 상징하는 바다.

우리나라의 국가보훈제도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61년 군사원호청에서 시작된 국가보훈업무는 51년의 시간을 이어오고 있으며, 원호청이라는 기관명도 현재는 국가보훈처로 바뀌었다. 보훈대상자의 수는 6·25 전몰·전상군경 등 15만명에서 현재는 208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보훈 업무는 생활 보전적 성격에서 출발해 현재는 복지분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또한 2012년부터는 선제보훈 정책을 펼치며, 나라사랑정신 함양을 통한 국민 대통합을 목표로 하는 상징적 업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보훈대상자의 증가와 국가보훈업무의 확대가 국가보훈의 위상강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국가보훈정책의 중요성은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국가보훈처의 위상도 지난 51년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보훈업무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보훈처 지방조직 또한 1962년 35개 기관에서 시작됐으나 2012년 현재 24개 기관으로 축소되는 등 보훈정책이 상대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실정에 놓여 있다.

예산규모에 있어서도 국가보훈 정책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호주가 각각 정부 예산의 3.7%, 3%를 배정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1.7%로 이들 국가에 비해 절반에 머물고 있어 국가정책에서 보훈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국가보훈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국민들의 관심이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가유공자 지정과 현충원 안장 문제가 함께 거론되곤 한다. 이는 그만큼 국가유공자가 지닌 사회적 영예성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이슈에 따른 일시성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국가보훈 정책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국가보훈의 위상을 높일 수 있으며, 이것이 나라사랑정신 함양과 이를 중심으로 한 국민 대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이 영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훈 업무에 전문성을 높여가고 있으며, 또한 국가보훈의 위상 강화로 나라사랑 정신 함양에 집중하여 국민 대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선제보훈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과 국민들의 관심이 함께해 국가보훈의 위상이 제고된다면 그 성과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한 큰 동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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