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수

삼척시립박물관장

동해시 묵호동의 등대마을 ‘논골담길’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에서 ‘논골담길’을 검색하면 블로그·트위터·뉴스·카페글·웹문서·게시판·지식·동영상·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등에 수많은 글과 사진자료가 뜨고, 한결같이 아름다운 풍경과 잔잔한 감동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가 심상대의 ‘묵호를 아는가’ 이후 묵호가 이렇게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묵호의 풍경과 묵호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논골담길의 벽화 때문이다.

논골담길은 묵호항에서 묵호등대가 있는 논골로 오르는 길이다. 논골은 예전에 논이 있던 마을이라서 붙여진 지명이다. 스레이트 지붕의 낮은 집들이 좁은 골목을 경계로 나란히 서 있는, 1960~70년대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언덕길이다. 동해안에는 묵호 외에도 속초나 삼척 등지에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마을이 여러곳 있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유독 논골담길로만 이어지는 것은 바로 벽화의 힘이라고 하겠다.

동해문화원은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실시하는 공모사업 ‘지방문화원 어르신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논골담길 벽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논골담길 벽화의 특징은 오징어 명태 양미리가 넘쳐나던 묵호의 어제와 오늘의 풍경, 묵호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다. 벽화사업을 마무리하고 동해문화원은 마을주민과 작가들이 함께 만드는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러 양성, 스토리영상제작, 모바일 웹 확장, 전국 대학생 스토리텔링 벽화 공모전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하나하나 추진하고 있다. 논골담길 스토리텔러 양성교육의 강사로 참여하면서, 동해문화원과 주민들의 뜨거운 열정을 맛보면서 필자는 몇 가지만 더 보태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먼저 전체적인 마을디자인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그리스의 섬 산토리니의 경우 하얀 골목, 파란 대문으로 통일감을 갖는다. 에게해의 초록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마을 전체가 화이트와 블루컬러로 조화를 이루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논골담길도 마을 전체를 어떤 색감으로 디자인 할 것인지 전문가들과 함께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골목길, 대문, 지붕의 채색과 집집마다 장미를 심는다든지 하는 조경 등 마을디자인은 동해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본다.

다음은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조각작품의 설치이다. 인근 강릉의 하슬라아트월드에 가보면 바다를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작품으로 만든 의자를 놓거나 포토존을 설치하고 곳곳에 주변과 잘 조화되는 조각작품을 설치하여 예술성을 높이고 있다. 논골담길에도 지역적 소재의 조각작품을 설치하고, 전망 좋은 곳이나 벽화, 조각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의 설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집 가꾸기 운동이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경우 주민들이 화분을 내놓고, 우체통을 나름대로 예쁘게 만들며 새(鳥)집이나 장식용 소품들을 제작하여 선보이는 등 골목길 어느 곳에서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논골담길 주민들 스스로 내 집 가꾸기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동해문화원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제 논골담길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어촌풍경마을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목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동해시에서 관심을 갖고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면 그리 어려운 숙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논골담길이 세계인 모두에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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