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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용비어천가

2002년 08월 03일 토요일
 역사는 사실(Fact)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서술이다.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 랑케(L.von. Ranke 1795~1886)가 50년동안 베를린 대학에서 역사학을 강의하며 강조한 것은 "史實을 事實로 말하게 하라"는 가르침이었다. 객관주의는 역사가 현실정치와 철학에서 독립하며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서게하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혁명사를 연구한 영국의 카아(E. H. Carr 1892~1982) 교수 역시 객관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역사는 선택"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그 대전제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목하고 있다. 우리의 '조선왕조실록'도 많은 도전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가장 중시했다. 조선의 왕들은 자신의 모든 말과 행동을 24시간 '감시'당했다. 예문관 소속 사관들은 좌사(左史)와 우사(右史)로 나눠 왕들의 행동과 말을 기록으로 담겼다. 왕들은 이들의 초고(草稿)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실록은 당대의 왕이 죽은후 '실록청'이 구성돼 역사기록으로 완성됐다. 동서양 모든 역사의 사실(史實)들은 오로지 사실(事實)로서 존재가치가 빛났다.
 내년에 고등학교 2, 3학년 학생들이 배울 우리 근현대사 교과서가 '살아있는 권력'을 역사로 기술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평가내용이 더구나 사실의 엄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최근 교육부 심사를 통과한 4종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前 정권인 金泳三 정권을 '비리와 대형사건으로 얼룩진 실패한 정권' 으로 기술한 반면, 현재의 金大中 정권은 '개혁과 남북화해에 앞장선 성공한 정권' 으로 서술했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현대사 부분을 교과서에서 다룬 것도 문제지만 살아있는 현정권을 치적중심으로 기술한 것은 '한국판 역사왜곡'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역사 서술은 엄밀하고 객관적인 사료발굴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학계의 토론과 검증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평가가 끝나지도 않은 현대사를 홍보로 채우고 있으니 '역사왜곡'이라는 비난은 마땅하다. 더구나 현정권과 비교, 과거정권을 폄하하는 내용을 역사 교과서에 담은 것은 역사를 승리한 자의 전리품(戰利品) 정도로 전락시키고 있다. 역사서술의 기본과 상식 그리고 대원칙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놀랍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집권층의 '역사교과서 왜곡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심각성은 살아있는 권력의 역사에 대한 집착이다. 자신의 치세에 대한 후손의 평가가 두려운게 아니냐는 게 이번 파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여론이다. 그리고 이같은 역사에 대한 집착과 강박관념이 정권 후반기 '정책 무리수'로 되살아 나며 문제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대북정책과 인사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장선에서 바라 볼 수 있다. 그 일례가 서해 교전이후 정부가 보여준 나약한 대북자세와 북한의 도발을 '우발적으로' 라고 두둔한 국방 책임자들의 언동이다. 그리고 張 裳 국무총리 서리 국회인준 부결에서 보는 반복되는 인사실패도 또다른 증후군이다. 그리고 이같은 잦은 정책실패와 이에 따라 강화될 수밖에 없는 역사에 대한 두려움과 집착이 결국 '新용비어천가'의 탄생을 가져왔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동안 일제의 현대사 역사왜곡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史實을 事實로' 기록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 문제는 그리고 우리 민족에게 '未完의 과제'로 던져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집권층의 치적중심 역사서술은 부끄러울 뿐 이다.
 더러운 역사가 있다. 즉 권세에 아첨하며 사실을 왜곡한 예사(穢史)가 그것이다. 방서(謗書)도 있다. 남을 비방할 목적으로 편찬된 사서다. 중국 청나라의 대학자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라는 역사가는 3가지 항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과대(誇大), 부회(牽强附會), 무단(武斷)이다. 역사는 큰 것을 크다하고 작은 것을 크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또 권세에 빌붙어 아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주관적으로 추측하고 단정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역사의 가르침은 하늘보다 높고 땅보다 무겁다.
南宮昌星 편집부장 cometsp@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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