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남우

문화부 부국장

매년 8월 만해축전 기간에 성대하게 열리는 ‘님의 침묵 서예대전’이 올해로 10회째를 맞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님의 침묵 서예대전은 위대한 사상가이자 독립 운동가이며 문학가, 겨레의 스승이셨던 만해 한용운 선생의 민족·자유사상과 실천·개혁정신, 문화 예술적 창조성을 선양하기 위해 지난 1992년 강원도민일보와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공동으로 제정해 전국 최고의 서예 공모전으로 성장했다.

님의 침묵 서예대전 창설 10주년과 강원도민일보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는 한중 서화 교류전이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 여항 임평 문화창의원에서 열렸다. 님의 침묵 서예대전 창설후 첫 해외전시회였다.

더욱이 우리 나라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중국 항저우에서 전시회가 열려 의미를 더했다. 항저우시는 남송시대 수도이자 저장성 성도(省都)로 2006년에는 세계레저총회가 열렸고, 강릉출신의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저장성의 경제고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역사적 인연도 깊다. 1932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홍구공원 사건으로 일제의 추격을 받게 되자 피난한 곳이 항저우다. 한국 임시정부가 상하이 충징(重慶)에 이어 가장 오래 활동한 곳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님의 침묵 서예대전을 통해 배출된 50여명의 초대작가와 국내 저명 서예가, 강원서학회 회원들의 작품 100점이 전시돼 중국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서예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전시장을 찾은 중국인들은 강원서예의 웅혼함과 빼어난 예술성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들은 강원서예인들의 작품에서 강원인의 정신과 기개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전시된 작품이 한국인 작품인지 중국인 작품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양국의 서예가 비슷한 점이 많다고도 입을 모았다.

서예교류전 기간 느낀 중국인들의 서예 사랑은 남달랐다. 한중서화교류전 교류단이 중국에서 명성 높은 ‘중국미술학원(대학)’을 찾았을때 항저우시 고등학교 학생회 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서예가 중요한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청소년들의 심신수련에 서예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중국의 10대 명화로 손꼽히는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를 그린 황공망(黃公望)이 작품 활동 하던 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춘산거도’는 원나라때 유명화가인 황공망이 72살 때 3~4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저장성의 부춘강과 부춘산이 배경인 수묵산수화다. 부춘산거도는 화재로 두 쪽으로 분리된 후 앞부분(剩山圖卷)은 항저우(杭州)의 저장성박물관에, 큰 뒷부분(無用師卷)은 국민당이 1949년 공산당과의 국공 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넘어오면서 가지고 와 대만 고궁박물원에 소장 중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합쳐진 작품이 타이베이(臺北) 고궁박물원에 전시돼 화해와 통일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유명해져 13억 중국인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들어 우리나라도 서예인구가 늘고 있다. 크고 작은 서예공모전만도 전국적으로 3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내에서도 시군 문화원과 여성회관, 복지센터 등에서 서예강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정진한 작품을 발표할 전시공간이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예인들이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먹을 가는 심정으로 강원서예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확충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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